전쟁은 두 국가에서 시작되지만 그 파장은 국경을 넘어 넓게 퍼진다.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시작된 갈등은 지난 2월 28일 미국의 개입으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번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의 정권 교체 압박과 이란의 주변국 보복 공격까지 휘몰아쳤다. 갈등은 양국을 넘어 쿠웨이트·바레인·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군기지가 위치한 여러 중동 국가로 확산됐다.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전략적 통로로 알려져 있다. 이달 9일 기준 국제유가가 4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섰다.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결국 한 지역에서 시작된 전쟁은 세계 시민들의 일상과 경제까지 파고드는 것이다.
국제정치는 본질적으로 국가의 이익과 안보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각 국가는 자국의 안전을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반복될수록 안보 딜레마를 가져온다. 한 국가의 방어는 다른 국가에는 공격으로 이어지고 그 대응이 다시 또 다른 공격으로 이어지며 갈등의 악순환이 생겨난다. 안보와 군사적 목표가 무고한 시민의 죽음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미사일과 드론, 공습이 오가는 상황에서 학교와 병원, 주거 지역은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전쟁의 비극은 인간을 단순한 도구로 전락시킨다는 데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듯 전쟁의 목적과 무관한 이들이 낯선 땅의 전선으로 끌려가는 현실이 그렇다. 국제정치의 거대한 충돌은 지도 위의 선과 전략으로 설명된다. 그 선 아래에는 실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일상은 어느 날 갑자기 전쟁의 최전선이 되는 것이다. 국가의 안보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시민의 삶이 정치적 이해관계라는 명분 앞에 너무도 쉽게 지워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쟁은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시작되지만, 그 결과는 결국 인간의 목숨까지 파고든다. 국제정치의 계산 속에서 가장 먼저 지워지는 것이 시민의 삶이 되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