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대신 메뉴 추가… 긍정적 소비 창출한 한국의 도파밍
창업 대신 메뉴 추가… 긍정적 소비 창출한 한국의 도파밍
  • 배수지 기자
  • 승인 2026.03.10 14:10
  • 호수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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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쫀쿠 가고 봄동 비빔밥 인기
SNS 타고 번지는 `미식 트렌드'
외식업계 경쟁 갈수록 치열해져

 

편의점 매대에 ‘두바이식’ 파생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폭발적이었던 두바이 초콜릿의 수요가 잦아들면서 판매되지 않는 상품이 한가득 쌓여 있는 모습. 사진=배수지 기자
편의점 매대에 ‘두바이식’ 파생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폭발적이었던 두바이 초콜릿의 수요가 잦아들면서 판매되지 않는 상품이 한가득 쌓여 있는 모습. 사진=배수지 기자

지난 1월 서울 시내 한 카페 앞. 사람들은 매장 오픈 전부터 줄을 서 기다린다.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는 ‘두바이 쫀득 쿠키(이하 두쫀쿠)’를 사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난 2월 이 풍경은 금세 사라졌다. 대신 SNS에서는 새로운 음식이 다시 화제 되고 있다. 요즘 주목받는 메뉴는 ‘봄동 비빔밥’이다.

 

음식은 허기를 채우는 수단을 넘어 하나의 유행이 돼가고 있다. 먹거리는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 속에서 소비된다. 어떤 음식은 잠깐 화제를 모은 뒤 사라지고, 어떤 음식은 마라탕처럼 꾸준한 인기를 얻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는다. 최근 유행하는 음식들은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모습이다.

 

봄동 비빔밥은 2008년 방송된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 전남 영광군 편에서 강호동이 마을 주민이 만들어 준 봄동 비빔밥을 그릇 바닥까지 긁어가며 맛있게 먹는 장면이 SNS에서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 영향으로 매장에서도 봄동을 찾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홈플러스 직원 A씨는 “봄동을 찾는 손님이 급격히 늘어 재고가 빠르게 소진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먹는 행위가 콘텐츠로 재생산되면서 소비의 목적도 변화하고 있다. 2024년 9월 27일에 보도된 식품외식경영 자료에 따르면 식품업계는 “맛과 먹는 방법이라는 경험에 집중해 도파밍 경향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파밍’이란 도파민(Dopamine)과 게임 용어 파밍(Farming)을 합친 말로 즐거움을 주는 요소를 찾아다니는 소비 행태를 뜻한다. 소비자는 새로운 자극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먹거리를 탐색한다.

 

식품업계는 이러한 소비 성향을 겨냥해 새로운 맛과 독특한 먹는 방식을 앞세운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신맛 캔디 맛을 첨가한 토닉워터가 그 예다. 과일 껍질을 까듯이 먹는 젤리 또한 도파밍 소비를 자극한다. 정다은(식품자원경제) 교수는 “단기 유행형 소비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장기적인 브랜드 구축보다 빠른 상품 개발에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며 “제품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특징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식품을 통해 경험과 재미에서 얻는 만족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소비 흐름의 배경에는 심리적 요인도 작용한다. 2023년 8월 25일 보도된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특정 상품의 수요가 급증하면 타인의 소비를 따라 하는 ‘편승 효과(Bandwagon Effect)’가 발생한다. 여기에 희소한 상품을 소비하며 과시하려는 ‘과시 소비(Veblen Effect)’까지 더해지면 유행은 더욱 빠르게 퍼진다. 황연주(코스메디컬소재2)씨는 “SNS에서 보이는 음식을 보면 자연스럽게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구하기 힘든 음식을 직접 샀다는 사실 자체가 뿌듯해서 SNS에 공유한 적이 많다”고 말했다.

 

근래 유행 흐름은 소상공인의 가게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행 메뉴를 도입하는 것은 개별 업주의 선택이지만 급변하는 외식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심리적 동조도 작용한다. 특정 메뉴가 단기간 높은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알려지면 소비 흐름에 합류하는 것이 위험을 줄이는 선택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 개방’에 따르면 탕후루 열풍이 불었던 2023년 관련 가게 수는 약 500개까지 늘었다. 그러나 2024년 상반기부터 폐업이 빠르게 증가해 현시점에서는 하루 평균 한 곳 이상이 가게 문을 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빠르게 바뀌는 미식 유행 속에서 소비자 업주 모두 유행이라는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그러나 소비 패턴이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안정적인 시장을 만들기 위한 고민도 함께 요구된다. 정 교수는 “유행성 아이템은 초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수 있지만 동시에 감소도 빠르게 나타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배수지 기자 suji06050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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