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 문은강 칼럼니스트
  • 승인 2026.03.10 13:42
  • 호수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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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테의 ‘신곡’

 

한 사람이 미로에서 길을 잃었다. 그 모습은 새 학기 낯선 자리에 놓여 어지러운 미로에 빠진 듯한 학생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신곡’의 연옥처럼 우리는 어김없이 다시 새 학기를 마주했다.

새 학기가 시작됐다. 방학에 누리던 달콤한 게으름은 뒤로하고 교정을 이리저리 뛰어다닐 시간이 찾아왔다는 의미다. 고학번일수록 안정감 있는 보폭을 구사할 테지만, 이제 막 대학 문턱을 넘은 새내기의 발자국은 어지럽다. 마침표보다 물음표에 가깝다. 질문이 떠오른다는 건 길이 복잡하다는 신호, 헤맨다는 건 수업 시작이 임박했다는 증거이니, 마음이 조급해질수록 목적지인 강의실을 그대로 지나칠지도 모른다.

 

느닷없는 장소에서 길 잃은 신입생을 마주한다면 베르길리우스 같은 안내자가 되어주자. 베르길리우스는 로마의 시인이자 ‘신곡’에서 단테를 이끄는 길잡이다. 그는 단테와 함께 지옥과 연옥을 걷는다. 물론 캠퍼스가 지옥이란 뜻은 아니다.

 

약 칠백 년 전 집필된 놀라운 서사시 ‘신곡’은 사후 세계를 지옥·연옥·천국으로 나눠 보여준다. 그중에도 지옥은 끝까지 아래로 내려가 구조의 바닥을 통과해야지만 비로소 빠져나올 수 있는 곳이다.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최하층까지 내려간 뒤 방향이 뒤집히는 지점을 지나 위로 올라갈 길을 마주한다. 지옥을 빠져나와 도착한 연옥은 어떠한가. 천국이라는 목표를 향해 지름길 없이 한 단계씩 올라가야 한다. 자신에게 남은 것을 정화한 뒤에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것이 연옥의 단순한 규칙이다. 한 구간을 통과할 때마다 처음 같은 순간이 다시 시작된다.

 

이 대목에서 아이돌 그룹 투어스의 노래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가 떠오른다.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은 단테도 투어스를 알았다면 분명 이 가사를 중얼거렸을 테다. 인생은 언제나 예고 없이 우리를 낯선 자리로 떨어뜨려 놓는다. 이미 길을 지나 본 베르길리우스야 어떨지 몰라도, 까마득한 종착지를 향해 가는 첫걸음은 응당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새내기를 도와주려다 함께 길을 잃어버린 선배에게 조언한다. 분명 목적지를 안다고 믿었는데 자신 역시 모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현실을 깨달았을 때, ‘어려워’라며 단정 짓지 말고 ‘어려워?’하고 물어보기. 물음표는 가끔 우리를 길 잃게 하지만, 뜻밖의 동지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길은 가르쳐주는 것보다 나란히 걷는 게 더 재미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같이 노래를 흥얼거려도 좋겠다. 질문은 나의 용기, 알려줘 너의 이름이 뭐야?

 

 

문은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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