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의 희곡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의 한 장면을 생각한다. 맹인 학교에서 유일하게 앞을 보는 인물인 도냐 페피타가 등장하는 장면. 모두가 앞을 보지 못하는 공간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시야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긍정 정신을 심어준다. 보지 못해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이런 위로는 때로 공허하게 들린다. 그 희망은 정말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을까. 이미 볼 수 있는 자가 가진 여유에서 비롯된 시혜적 태도였을지도 모른다.
우리 대학은 죽전과 천안 이원화 캠퍼스다. 단국이라는 이름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듯하다. 물리적 거리는 심리적 거리로 이어진다.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될 때면 묘한 비교의 심리가 고개를 든다. 어느 캠퍼스가 더 입결이 높은지, 어디가 더 학교의 중심인지를 따지는 소모적인 논쟁들이다.
학교는 특정 캠퍼스에만 무게가 실리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고 있다. 양 캠퍼스는 촘촘한 그물망으로 연결돼 있다. 캠퍼스 간 복수전공과 연합 동아리 등 교류 제도는 활발히 운영 중이다. 비교과 활동이나 서포터즈를 통해서도 학생들은 캠퍼스를 오가며 배움의 폭을 넓힌다.
보완해야 할 과제도 있다. 죽전·천안 셔틀버스 문제와 캠퍼스 간 복수전공 수강 인원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죽전에서 가능한 것은 천안에서도, 천안에서 시도되는 것은 죽전에서 계속돼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빛을 보는 자와 보지 못하는 자라는 이분법적 구도 자체를 허무는 일이다. 서로를 어둠 속의 아이들로 규정하며 누군가 앞서가고 있다는 우월감이나 뒤처져 있다는 열등감에 침잠해 있으면 안 된다. 우리는 계속해서 어떻게 함께 성장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끝없는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