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유기동물 급감 불구
입양률은 ‘20%’로 더 감소
“연민보다 사랑 우선돼야”
동물보호센터의 투명한 창 너머로 유기견들이 햇살을 받으며 낮잠을 잔다. 갤러리의 전시품처럼 평온해 보이지만, 이는 모두 누군가에게 버려졌던 기억을 품고 이곳에서 두 번째 삶을 기다리고 있다.
유기동물 보호소는 ‘버려진 동물이 모인 곳’이라는 인식이 있다. 현장은 달랐다. 보호·입양·사회화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동물들은 여러 환경에 적응해 가고 있다. 기자는 용인시 동물보호센터와 천안시 동물보호센터를 찾아 입양 절차와 봉사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
까다로운 입양 절차, 파양 막는다
이달 19일 기자는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용인시 동물보호센터(이하 센터)에 방문했다. 현재 센터는 약 290마리(보호견 284마리, 보호묘 4마리 등)의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용인의 도농복합 도시 특성상 주인 없는 진도믹스견의 입소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수용 규모를 초과한 개체를 위해 외부 견사를 설치한 상태다. 입소 동물들은 2주마다 야외와 실내 견사로 순환 배치된다.
센터는 동물들을 위한 보호·격리 시설과 운동·산책 공간 등 수용 환경 개선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입양 절차만큼은 서두르지 않는다. 실제 센터에서 유기견의 입양은 체계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입양 상담은 예약제로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시간 내 1시간 단위로 한 팀씩 상담이 이뤄진다. 상담은 설문지 작성과 입양 신청서 제출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희망자가 입양 설문지를 통해 평생 책임 의사·경제적 여건·가정 환경 등을 증명하면, 입양이 가능하다. 입양 후에는 1개월, 6개월 단위로 사후 관리가 이뤄진다.
입양 신청서에는 사후보고 관리가이뤄진다. 전원의 동의 여부와 경제적 여건 등을 확인하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입양은 제한된다. 또한 거주 형태와 알레르기 유무 등도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기자는 상담 진행 후 센터에서 태어난 생후 4개월령의 달식이와 돌랑이를 만날 수 있었다. 허윤식 입양 상담 담당자는 “현재 달식이의 형제는 입양이 확정된 상태”라며 “달식이는 조금 소심한 성격이지만 아직 어리기 때문에 낯선 공간에도 잘 적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인스타그램 운영과 반려동물 문화축제 참여 등을 통해 입양 홍보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유기·유실동물 증가로 인한 시설 부족은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양과 단체 기증 확대도 추진하며 문제 완화에 나선다. 작년 기준 센터에 들어온 유기동물 가운데 원래 보호자에게 다시 돌아간 반환율 17%, 입양률 26%를 기록했다. 차수나 센터 주무관은 “되풀이되는 지적이지만,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과 책임 있는 반려문화 정착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기 봉사 현장 통해 마주한 생명
이달 10일 오후 2시 기자는 봉사활동을 위해 천안시 동물보호센터에 방문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넓게 펼쳐진 마당이 눈에 들어왔다. 철창 속에 갇힌 유기동물의 어두운 이미지를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이곳은 대형견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전용 공간이 갖춰진 보호와 사회화를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기자의 첫 임무는 유기견 목욕봉사였다. 욕조에서 마주한 강아지 ‘히포’는 지난 2월 입소한 6개월 차 수컷이다. 히포는 낯선 손길이 닿자마자 겁에 질린 눈빛으로 욕조 깊숙한 구석으로 몸을 한껏 웅크렸다. “괜찮아, 히포야.” 부드러운 목소리로 안심시키며 털을 적시고 샴푸를 칠했다.
산책 봉사에서는 강아지 ‘마키’를 만났다. 길 위에서 구조된 마키는 작은 소리에도 귀를 뒤로 잔뜩 젖히며 경계했다. 외부 환경을 몹시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간식을 손바닥에 올려 조심스레 내밀었지만 마키는 한동안 꼬리를 다리 사이로 감춘 채 주변만 맴돌았다. 기자는 바닥에 앉아 마키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마키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기자의 손에 있던 간식을 물었다. 경계하던 태도는 점차 완화됐고 처음 본 사람에게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센터는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개인 반려견을 동반해 보호소 동물들의 사회화를 돕는 봉사자들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동물의 성격에 맞는 이름을 지어주고 세심하게 살피는 직원들도 있다. 동물을 진정으로 아껴주는 이들의 온기가 보호소를 채운다.
보호 넘어 책임까지 이어져야 할 때
작년 11월 3일 천안시 동물보호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구조된 동물 수는 2023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에 있다. 2023년 1635마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4년엔 1150마리, 작년 기준 627마리로 크게 줄었다. 자연사와 안락사 건수도 2023년 1010마리, 2024년 371마리로 감소했다.
하지만 수치 이면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올해 기준 입소 동물 중 입양되는 비율은 약 20%다. 유기견 중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비율은 15%다. 유기묘의 반환율은 1.3%에 불과하다.
사회는 동물판매법 아래 생명을 물건처럼 유통하고 쉽게 버리는 이면을 안고 있다. 송유진(31) 천안시 센터 훈련사는 “입양 공고를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며 “생명의 무게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가짐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민채·배정아 기자 dkdds@dankook.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