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단국이 ‘T자형 인재’ 양성으로 이끈다
K-반도체, 단국이 ‘T자형 인재’ 양성으로 이끈다
  • 김민수·강민 기자
  • 승인 2026.03.24 13:10
  • 호수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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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소양·데이터 분석 중요
‘AI-반도체’ 융합강좌 확대 예정
‘DKU 클린룸센터’ 인프라 결실
학생 실무역량·현장경험 지원

 

 

지난 2024년 완공된 DKU 클린룸 센터는 실제 반도체 제조 공정과 유사한 수준의 방진 설비와 노광기 등 첨단설비를 갖춰 학생들이 현장 실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사진=김민수 기자
지난 2024년 완공된 DKU 클린룸 센터는 실제 반도체 제조 공정과 유사한 수준의 방진 설비와 노광기 등 첨단설비를 갖춰 학생들이 현장 실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사진=김민수 기자

지난 2월 16일(현지 시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엑스(X·전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국에서 인공지능(AI) 칩 개발에 참여할 인력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설계와 반도체 생산을 위한 인재 쟁탈전으로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엔비디아·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연봉과 스톡옵션을 보상으로 내걸고 반도체 설계와 공정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2022년 정부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통해 “향후 10년간 반도체 전문 인력 15만 명 이상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2025년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감사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인력은 정부가 전망했던 12만7000명을 크게 웃도는 18만1000명으로 예측된다.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은 ‘인력 가뭄’ 상태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은 대학에 현장에 투입 가능한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대학 역시 차세대 산업을 이끌 인재 양성의 핵심 거점으로 떠오른다. 현재 죽전캠퍼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소부장 혁신융합대학 사업단’을 조직하고, 대학은 이를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매년 514명 이상의 실무형 인재 배출을 목표로 한다. 2022년 융합반도체전공을 신설한 데 이어 대학원에 파운드리공학과를 개설하는 등 교육 기반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다. 이호연(융합반도체2)씨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대동맥이자 미래 산업이라는 확신에 전공을 선택하게 됐다”며 “이제 막 전공 기초를 떼는 단계이지만, 학내에 구축된 클린룸과 공정 실습 인프라를 보며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론으로만 배우던 나노미터(nm) 단위의 세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우리 대학이 2024년 완공한 ‘DKU 클린룸 센터’는 캠퍼스 내 작은 산업 현장이다. 실제 반도체 팹(Fab)과 유사한 수준의 방진 설비와 노광기 등 고가의 장비를 갖춰 학생들이 경험을 쌓도록 한다. 박재형 차세대반도체사업단 기업지원센터장은 “반도체 교육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이론과 실재의 괴리”라며 “학생들이 실제 공정에서 발생하는 변수들을 겪어봐야만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실무 역량을 갖출 수 있다. 클린룸 센터는 바로 그 간극을 메워주는 핵심 기지”라고 강조했다.


우리 대학은 인문학적 소양과 데이터 분석 능력을 겸비한 ‘T자형 인재’ 양성에도 공을 들인다. T자형 인재란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깊은 전문성(수직)뿐만 아니라 타 분야를 이해하고 협업할 수 있는 넓은 소양(수평)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대학 측은 반도체 설계 과정에 AI 알고리즘을 도입해 공정 효율을 극대화하는 ‘AI-반도체 융합 강좌’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반도체 인재를 확보하려는 대학 간의 생존 경쟁은 전국적으로 치열하다. 대학들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성균관대는 2006년부터 삼성전자와의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를 통해 독보적인 브랜드 권위를 지켜오고 있다. 한국공학대는 SK하이닉스, 램리서치 등 글로벌 기업과의 밀접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현장 실습 중심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한남대와 울산과학대 역시 지역 산업과 연계하거나 해외 유수의 대학·기업(TSMC 등)과 교류하며 저변을 넓히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6학년도 첨단분야 채용형 계약학과 8개교 13개 학과의 정시 경쟁률은 평균 9.19대1로 작년(6.4대1)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눈을 돌려 해외를 보면 경쟁은 더 치열하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과학법(CHIPS Act)’을 공표하며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에 5년간 132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인텔과 마이크론 등 미국 내 반도체 자국 기업들은 한국과 대만의 핵심 엔지니어들에게 백지수표에 가까운 연봉과 영주권 부여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인재를 빨아들인다. ‘반도체의 심장’이라 불리는 노광 장비 독점 기업 ASML을 보유한 네덜란드 또한 ‘테크 비자’ 제도를 통해 해외 인력 유치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자국의 기술 리더십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도 유학생 유치를 위한 ‘K-STAR 비자트랙’을 신설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에 나섰다. 국내에서 석·박사를 마친 우수 외국인 인재에게 거주 자격과 영주권을 우선 부여하는 이 제도는 인력난 해소의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여기서 우리 대학의 숙제가 드러난다. 현재 해당 비자 트랙의 혜택을 받는 대학은 교육부가 선정한 BK21 참여 대학 등 32개교에 한정돼 있다. 우리 대학은 우수한 교육 시설과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원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위기 속 기회가 있다. 우리 대학은 정부가 추진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관문에 위치한다. 죽전캠에서 차로 30~40분 거리 내에 삼성전자 기흥·화성 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부지가 포진해 있다. 이러한 압도적인 지리적 이점은 산학협력의 질을 결정짓는다. 박 센터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향후 전 세계 반도체 생태계의 허브가 될 것”이라며 “우리 대학은 이 클러스터의 심장부와 직접 연결된 거점 대학으로서 기업들이 요구하는 기술을 실시간으로 교육 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만 아는 인재’의 시대는 끝났다고 입을 모은다.  AI가 반도체를 설계하고, 반도체가 AI의 성능을 결정짓는 ‘AX(AI Transformation)’ 시대에 발맞춰 우리 대학도 인공지능학과와 반도체학과의 칸막이를 없애는 융합 교육 확대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김민수·강민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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