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빙' 확장된 주거 형태
“가족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애틋해요.” 독립해 살면서도 필요할 때 기대고 연락할 수 있는 느슨한 관계망 속에서 살아가는 ‘1.5가구’ 형태가 청년층 중심으로 뜨고 있다. 이는 초개인화 사회 속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한 생활 전략으로, 1인 가구의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 주목받는다.
구민정(간호2)씨는 의학관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위치한 자취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공강을 활용해 주 1회 본가를 방문해 약 3일간 머문다. 구 씨는 “자취하는 동안에는 잔소리할 사람이 없어 좋고, 가족과의 관계도 이어 나갈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소비·생활 트렌드를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6’은 올해 청년 주거 유형을 ▶지원 의존형 ▶독립 지향형 ▶시설 활용형으로 구분했다. 이 중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설 활용형은 코리빙하우스·셰어하우스 등이다. 코리빙하우스는 함께 공용 공간을 공유하는 주거 형태로 ‘함께 산다’는 뜻의 영어 단어 `Co-living'에서 유래됐다.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개인 공간 외에도 여러 커뮤니티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해 입주민 간의 교류와 소통을 중시한다. 룸메이트를 함께 구해 거주하는 셰어하우스의 경우, 최근 ‘코지메이트’나 ‘룸프렌즈’ 같은 매칭 앱을 통해 입주자를 구하는 사례가 늘며 공유 주거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셰어하우스에 거주 중인 재학생 A씨는 “요리를 즐기는 편이라 주방 공간이 꼭 필요했다”며 “자취를 택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커 공동거주 공간을 택했다”며 “현재 이용 중인 셰어하우스의 경우 매주 위생 관리를 해주고, 동거 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공용 공간 청소 문제가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작년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인간관계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51.1%로 전체 가구 평균(55.5%)보다 낮다. ‘자주 또는 가끔 외롭다’고 답한 비율은 48.9%로, 전체 가구 평균(38.2%)보다 높게 나타난다. 이는 혼자 사는 청년층이 관계에 대한 어려움과 정서적 고립 문제를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수현(상담) 교수는 1.5가구 형태의 등장 배경으로 ‘가까운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과 ‘그럼에도 완전한 고립은 원하지 않는’ 심리적 흐름을 꼽았다. 이러한 심리의 공존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라 교수는 “세대가 바뀌면서 나답게 살고자 하는 주체성이 크게 성장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신경생물학적으로도 인간은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있을 때 생존에 도움이 되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며 “우리나라 청년 중 약 5%가 은둔·고립 청년에 해당한다는 점을 볼 때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생활 트렌드가 좋은 면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얕은 관계에만 의존하다 보면 깊은 정서적 교감을 통해 해소해야 할 근본적인 결핍을 채울 수 없다. 라 교수는 “진정으로 친밀한 관계를 만들지 않고 외로움을 단편적으로만 해결하다 보면, 마음속 깊은 고독과 외로움을 처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평상시 홀로 떨어져 생활하는 황혜선(23)씨는 주말마다 본가를 찾는다. 그는 “평일에 혼자 있기 때문에 주말이라도 누군가와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이라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생활 방식을 통해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고 밝혔다.
완전한 독립도 고립도 아닌 ‘적당한 거리’ 속에서 청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라 교수는 “1.5가구를 단순히 트렌드로 소비하기보다 왜 청년들이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사회가 더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연·배수지·구민채 기자 dkdds@dankook.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