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동문이 10만원 기부하면
전액 ‘세액 공제’ 발상 전환 절실
대학은 살림이 궁하면 교육환경에 투자하기 어렵다. 구성원 급여와 복지에 신경 쓸 여유도 없다. 한국의 사립대는 17년간 그래왔다. 2009년 이후 지속된 등록금 동결로 실질 수입은 계속 쪼그라들었다. 그사이 누적 소비자물가는 139%, 공무원 보수는 148%나 올랐다. 그럼에도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7%에 불과하다. 그나마 전체 지원액의 70%는 국립대 몫이다.
정치권은 이런 현실을 외면했다. ‘표(票) 저울질’에 등록금 동결을 묵인했다. 고등교육 재정 확충에도 인색했다. 역대 정부나 정치인이 이처럼 이심전심이었던 사안이 있었나 싶다. 딱 그런 게 있다. 정치인 후원금이다. 현행 ‘소득세법 제59조의 4’는 1000만원 이하는 기부액의 15%, 1000만원 초과분은 30%를 공제하는 특별세액 공제제도를 두고 있다. 그런데 유독 정치 후원금 10만원은 예외다. 10만원을 기부하면 10만원을 연말에 되돌려준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구조다.
10만원 공제는 정치기부금 외에 ‘고향사랑 기부제’에도 적용된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나, 응원하고 싶은 지역을 선택해 10만원을 기부할 수 있다. 그러면 연말에 10만원을 되돌려 받는다. 2023년 시행 첫해에 651억원, 2024년 879억원, 2025년 1515억원을 모았다. 고향 사랑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좋은 사례다.
이런 제도를 대학에 도입하면 어떨까. 정부 재정 지원이 미약한 상황에서 대학에 ‘비타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각 대학 동문이 모교 발전을 위해 정성을 모으는 ‘대학사랑 10만원 기부제’이다. 국회의원도 그런 효과를 알기는 안다. 여러 번 관련 법안을 마련했고,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발의했다. 한데 진전이 없다. 의원들이 생색만 낼뿐 적극적이지 않은 면이 있다. 세정당국은 세수 감소, 타 기부금과의 형평성, 특정 대학 쏠림을 이유로 반대한다. 과연 그런가.
우선, 세수 감소다. 세정당국은 정치기부금과 고향사랑 기부금제로 세수가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세수가 줄더라도 유용성을 따지자면, 대학사랑 기부금제가 백번 낫다. 타 기부금과의 형평성을 더 따질 것도 없다. 정치기부금 하나만 비교하면 된다.
특정 대학 쏠림현상은 숙고할 문제다. 미국 대학도 기부금을 많이 모은다. 유명 사립대는 전체 예산 중 기부금 비중이 20%에 이른다. 2024년 기준 하버드대는 2조원, 스탠퍼드대는 1조8000억원, 컬럼비아대는 1조6000억원을 모았다. 역시 쏠림은 현실이다. 국내 대학은 어떤가. 2024년 기부금 총액은 5212억원이다. 수도권 대학이 72%(3768억원)를 차지했다. 고려대(855억원), 연세대(669억원), 서울대(653억원)가 전체의 58%다(한국사학진흥재단). 대학 기부제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기부금 중 80%는 개별 대학 몫으로, 20%는 지역대학 지원용 공동기금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어떨까. 특정 대학의 20만 동문 중 절반인 10만 명이 연간 10만원씩 기부한다면 총 100억 원이다. 그중 80억 원은 그 대학에, 나머지 20억 원은 지역대학 지원에 쓰는 방법이다. 대학 사회가 합의하면 된다.
2026년 봄, 이재명 정부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정치인의 특혜는 겹겹이다. 뭔 책을 그리 자주 쓰는지 툭 하면 출판기념회를 연다. 책값은 한도가 없다. 최소 10만원, 수백만원이 봉투에 들어있다고 한다. 세금은 한 푼 내지 않는다. 세정당국은 눈을 감는다. 그런 특혜를 용인하면서 대학에는 왜 이리 야박한가. 이재명 정부는 ‘대학 사랑 10만원 기부제’를 도입해 헌정사상 최초의 ‘대학 사랑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