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힙해야 집중 잘돼요”…도서관 담장 넘은 청년들의 ‘학습 트렌드’
“공부도 힙해야 집중 잘돼요”…도서관 담장 넘은 청년들의 ‘학습 트렌드’
  • 이서연·배수지 기자
  • 승인 2026.04.07 11:10
  • 호수 15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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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제2의 도서관 각광
SNS에 인증 샷 공유 유행
공적 공간 사유화 욕구 생겨
복합 학습 환경 확대 필요

 

천안캠퍼스 인근 카공 명소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공부 중인 대학생. 사진=이서연 기자
천안캠퍼스 인근 카공 명소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공부 중인 대학생. 사진=이서연 기자

2000년대 대학가 시험 기간의 풍경은 침묵의 요새 같았다. 먼지가 쌓인 대학 도서관의 나무 책상, 칸막이 속에 갇혀 책과 씨름하던 학생들의 모습이 전형적인 ‘열공’의 상징이었다. 현재 대학생들의 공부 풍경은 도서관의 담장을 넘어 도심 속 카페와 ‘힙’한 감성이 흐르는 라운지로 옮겨갔다. 은은한 커피 향, 에스프레소 머신의 진동음, 감각적인 음악이 흐르는 커피숍 창가 좌석에는 노트북과 태블릿을 펼친 청년들이 빼곡하다. 공부는 세련된 공간 속에서 누리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변모했다.

 

대학생 서영채(22)씨는 카페에 자리 잡으면 책상 위를 정리하고 사진을 찍는다. 카페를 배경으로 펼쳐진 전공 서적, 아이패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담긴 사진을 SNS에 올린다. 서 씨는 “도서관의 답답한 분위기보다 트인 공간에서 공부할 때 내가 더 생산적인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며 “공부하는 모습을 인증하며 ‘갓생(부지런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학습 장소의 이동을 넘어 공부하는 환경을 스스로 설계하고 타인에게 드러내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취업 콘텐츠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2023년 취준생 19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3%가 취업 준비 장소로 ‘카페’를 꼽았다.

 

청년들이 ‘카공(카페·공부의 합성어)’하는 이유는 도서관 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다. 한 카페 이용객 50명 중 40명이 공부나 업무에 몰입할 만큼 카페는 거대한 공동 학습장으로 변화했다. 타인의 시선이 교차하는 개방된 장소에서 자신의 성실함을 시각적으로 증명하고, 영역을 점유하려는 행위는 한국 청년 세대의 공부 문화로 자리 잡았다.

 

과도한 공간 사적 점유 갈등

공부 환경의 변화는 공간 이용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낳기도 한다. 작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카페 테이블에 개인용 칸막이를 설치하거나, 멀티탭과 프린터를 동원해 공공장소를 개인 사무실처럼 점유하는 사례가 공유되며 꾸준히 공분을 샀다. 공동 공간을 향유하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통제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려는 욕구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변화에 나섰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외부 음식 반입 제한은 물론 일부 매장에서 개인용 컴퓨터나 멀티탭 사용 제한을 강화하며 공간 질서 유지에 나섰다. 수지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화평(44·가명)씨는 “가게에 손님들이 많은 것은 좋지만 회전율이 떨어지면 경영이 어렵다”며 “공부하는 것은 자유지만 타인의 이용권도 존중하는 매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통·휴식 공존, 유연한 공간 필요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공부를 일상화·미학화한다고 분석한다. 공부가 성적을 위한 고통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멋진 공간에서 자신의 성실함을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행위가 됐다는 것이다. 이영희(교육) 교수는 “적당한 소음과 타인의 시선이 존재하는 개방된 공간은 심리적으로 사회적 촉진 효과를 일으킨다”며 “남들에게 보이는 환경 속에서 긴장감을 유지하며 학습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청년들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높은 몰입도를 위해 스터디카페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송민지(22)씨는 “카페의 개방감은 좋지만 가끔 완벽하게 통제된 공간이 필요하다”며 “칸막이 좌석이나 집중력을 높여주는 특수 조명이 갖춰진 곳을 골라 다닌다. 간식 거리, 커피머신, 무료 프린터기가 있는 곳은 더 좋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공부 문화 변화를 학습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읽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폐쇄적이고 규범적인 기존 도서관 모델이 디지털 기기 활용이 잦고 자율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학습 방식을 더 이상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주어진 공간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학습 방식과 환경을 능동적으로 설계하는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맞춰 대학에서도 교내 라운지 공간이 확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공부는 더 이상 공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특정 장소가 아니라 ‘몰입 환경 선택권’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대학 역시 특정 공간에 학생들을 가두려 하지 말고 소통·휴식·학습이 공존하는 유연한 복합 학습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환경을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행위 자체가 현대 사회에 필요한 자기 주도적 역량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서연·배수지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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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동생 2026-05-09 15: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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