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20만 권 ‘안녕’… 책 둘 곳 없는 도서관의 속사정은
3년간 20만 권 ‘안녕’… 책 둘 곳 없는 도서관의 속사정은
  • 김혜인·강영인 기자, 조운서 수습기자
  • 승인 2026.04.07 12:10
  • 호수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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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종이책 대출 75% 급감
전자책 이용은 네 배로 증가해

인쇄물 저장 공간 갈수록 부족
폐기 목록 사전 열람 대책 필요

 

 

디지털 자료의 급성장과 서고 포화 상태로 갈 곳 잃은 종이책이 급증하고 있다. 2023~2025년 우리 대학에서 약 20만 권이 서가를 떠났다. 사진은 본지 기자가 율곡도서관 밀집 서고에서 책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양승혁 수습기자
디지털 자료의 급성장과 서고 포화 상태로 갈 곳 잃은 종이책이 급증하고 있다. 2023~2025년 우리 대학에서 약 20만 권이 서가를 떠났다. 사진은 본지 기자가 율곡도서관 밀집 서고에서 책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양승혁 수습기자

퇴계기념중앙도서관(이하 퇴계도서관) 고문헌실과 보존서고에는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은 도서가 가득하다. 파손된 도서부터 폐기 예정인 책까지, 저마다 식별 번호를 단 채 먼지를 이고 있다. 율곡기념도서관(이하 율곡도서관)의 보존서고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빼곡히 들어찬 책장 위로 세월의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반면 열람실·열린도서관·라운지는 시험 기간이 다가와 공부하는 학생들로 붐볐다. e북 등 디지털 학술자료 확대의 영향이다. 오태연(문예창작2)씨는 “학과 특성상 많은 도서를 읽으며 과제를 해야 한다. 이때 무거운 종이책보다는 간편한 전자책을 애용한다”고 말했다. 김다현(도시계획부동산3)씨는 “전공 공부에 필요한 자료 대부분 있지만 정작 가볍게 읽고 싶은 책은 없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최청자 학술정보지원팀장은 “최근 10년간 인쇄자료 대출은 약 4분의 1로 감소한 반면, 전자책 이용은 약 4배 증가하는 등 디지털 자료 이용이 크게 변했다”고 분석했다. 김미경 천안캠학술정보지원팀장 역시 “과거엔 보존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실제 활용도를 반영해 자료를 선별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고 일부 열람 공간으로 전환 완료 

문제는 버려지는 책의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2023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우리 대학에서 폐기된 장서는 약 20만 권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신규 도서 증가량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전체 보유 장서는 감소 추세다. 연도별로는 2023년 2만2539권에서 작년 10만 9573권으로 급증했다. 다만 도서관 측은 “전자도서관 데이터 정리 수치가 포함된 것으로 실제 실물 폐기는 작년 기준 9만 권 정도”라고 설명했다.

 

우리 대학의 도서 폐기량을 연도별로 확인하면 2023년 2만2539권, 2024년 7만7222권, 2025년 10만9573권이다. 동일하게 이원화 캠퍼스인 중앙대의 경우 3년간 약 6만6000권이 폐기됐다. 우리 대학보다 세 배 적은 수준이다.

 

도서관 측은 장서 소장 공간 부족으로 본격적인 폐기를 시행한 이후로는 매년 유사한 규모를 폐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서고 일부를 열람 공간으로 전환하면서, 전자 형태로 이용 가능한 연속간행물과 복본 단행본이 대량으로 폐기돼 최근 2년간 폐기 규모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28일 퇴계기념중앙도서관 앞, 동계방학 중 도서를 대량 폐기하는 모습. 사진=김민수 기자
지난 1월 28일 퇴계기념중앙도서관 앞, 동계방학 중 도서를 대량 폐기하는 모습. 사진=김민수 기자

자리 없는 서고… ‘공간 부족 한계치’

폐기의 주요 원인은 공간 부족이다. 2021년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발표한 ‘대학도서관 장서 폐기 가이드라인 수립 연구’에 따르면 대학도서관의 적정 소장 공간은 총면적의 30%, 적정 소장 장서는 1㎡ 당 113권이다. 퇴계도서관의 권장 소장량은 약 62만 6000권이지만 실제로는 108만1207권을 보유해 적정 수용량의 173%에 달한다. 율곡도서관은 상황이 더 심각해 1만 2748.5㎡로, 약 43만 2000권이 적정 소장 규모지만 실제 보유 장서는 83만 9042권으로 적정 수용량의 194% 포화 상태다.

 

도서 폐기는 엄격한 절차를 거친다. 이용 가치가 낮거나 전자 형태로 대체된 자료를 우선 선정하며, 자료제적심의위원회의 2차 심의와 총장 승인, 법인 이사회 안건 상정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한범준 홍익대 중앙도서관 열람팀장은 “홍익대 역시 리모델링을 위해 작년 5만 권을 폐기했다”며 “전국 대학가에 도서 폐기 증가 흐름은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견 듣고 폐기 기준 투명성 확보해야

현장에선 구성원들의 의견 반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학생들이 폐기 대상 목록을 확인할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도서관 측은 “단과대와 학과에 폐기 예정 목록을 사전 공유하고 교수진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마련해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석(문헌정보) 명지대 교수는 “학술자료처럼 이용률이 저조한 도서 역시 폐기 이후 누군가에게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학도서관은 가능한 많은 자료를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신규 도서는 증가하고 서고는 부족한 상황에서 큰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도서관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 차원에서 서고고를 확중하고 정부와 공동보존서고 설치·운영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문석 퇴계기념중앙도서관장은 “향후 제도적·재정적 기반이 갖춰진다면 대학 간 연합 형태의 공동보존서고 필요성을 종합 검토하겠다”며 “우리 도서관을 인문학적 사유와 디지털 학술 역량이 공존하는 복합 지식 공간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인·강영인 기자, 조운서 수습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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