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야’ 대신 ‘라떼 한 잔’… 인생 제 2막 즐거워요
‘라떼는 말야’ 대신 ‘라떼 한 잔’… 인생 제 2막 즐거워요
  • 강영인·이원용 기자
  • 승인 2026.05.06 11:40
  • 호수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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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천안 시니어 카페
60·70대 바리스타 자격증
직접 커피 내려 손님 맞아
일하니 건강, 지역사회 활력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시니어 바리스타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능숙하게 주문을 받고,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며 호흡을 맞추는 손길에서 베테랑의 여유가 느껴진다. 과거 ‘돌봄의 대상’이나 ‘뒷방 노인’으로 치부되던 노년층이 도시의 활기를 책임지는 ‘일터의 주체’이자 ‘전문가’로 변모하고 있는 현장이다.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며 지자체들이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노인(만 65세 이상) 비율은 21%를 넘어섰다. 용인시는 109만 인구 중 18만9000여 명이(약 17%), 천안시는 66만5000명 중  10만3155여 명(약 15%)이 노인 인구로 집계됐다.
가파른 고령화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두 도시는 노년층의 사회적 역할을 재정의하는 ‘시니어 카페’를 통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 4월 29~30일, 지역사회의 사랑방이자 세대 통합의 거점으로 부상한 용인 ‘카페미르’와 천안 ‘남산의 봄’을 직접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니어 바리스타 16명 중 14명이 전문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2명 또한 카페 운영 경력을 갖춘 전문가다.
시니어 바리스타 16명 중 14명이 전문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2명 또한 카페 운영 경력을 갖춘 전문가다.

보정동 쉼터, 세대 잇는 카페미르
지난 4월 1일 용인시 보정동 보정미르휴먼센터 1층에 문을 연 카페미르는 개관 한 달 만에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등극했다. 장난감도서관·청소년문화의집·노인복지관이 한 건물에 들어선 센터의 특성을 활용해 어린이부터 시니어까지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세대 통합형’ 매장으로 기획됐다.

 

카페미르는 커피 품질을 타협하지 않는다. 시니어 바리스타 16명 중 14명이 전문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2명 또한 카페 운영 경력을 갖춘 전문가다. 이들은 건강을 생각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유기농 원두만을 고집하면서도, 대부분의 메뉴를 3500원 이하의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주문은 키오스크와 카운터 둘 다 운영한다. 디카페인 커피, 각종 에이드, 마카롱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메뉴 구성에도 신경 썼다.

 

바리스타 정미성(62)씨는 “지역 주민 누구나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쉼터가 되길 바란다”며 “유기농 원두를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자부심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손주 같은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원일 용인시기흥노인복지관 과장은 “현재는 운영 한 달 차의 과도기지만, 향후 텀블러 할인이나 지역 연계 프로그램 등 지속 가능한 운영 방식을 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산의 봄 수요일 오픈조 시니어 바리스타들이 커피머신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바리스타로서의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이다.
남산의 봄 수요일 오픈조 시니어 바리스타들이 커피머신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바리스타로서의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이다.

MZ 입맛 잡은 열정, 남산의 봄
천안천 인근 사직동에 위치한 남산의 봄은 시니어들의 열정이 흐르는 공간이다. 2021년 3월 오픈한 이곳은 천안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어르신 공동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만 60세 이상의 실력파 바리스타 12명이 매장을 이끌고 있다. 전국 시니어 바리스타 대회 수상 경력을 가진 직원들이 포진해 있어 커피 맛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남산의 봄은 시중의 인공 시럽이나 냉동 제품 대신 정직한 원재료를 선택했다. 바리스타들이 직접 담근 수제 레몬청과 딸기청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와 ‘버터떡’ 등 최신 디저트 트렌드도 도입해 젊은 세대의 발길까지 붙잡았다.

 

바리스타 김은자(70)씨는 “20년 전부터 집에서 커피를 직접 내려 마셨을 정도로 커피를 사랑했는데 그 열정이 직업으로 이어져 제2의 전성기를 살고 있다”고 밝혔다. 남산의 봄을 자주 방문하는 손님 정명승(53)씨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모습이 뜻깊어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이곳을 더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남산의 봄 바리스타 김은자(70)씨가 능숙한 솜씨로 라떼를 제조하고 있다. 평소 라떼 아트에 관심이 많았던 김씨는 “오래도록 향긋한 커피를 내리며 손님들과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남산의 봄 바리스타 김은자(70)씨가 능숙한 솜씨로 라떼를 제조하고 있다. 평소 라떼 아트에 관심이 많았던 김씨는 “오래도록 향긋한 커피를 내리며 손님들과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일자리 세대 공존 미래 모델로 주목
시니어들의 활약은 지역 곳곳으로 뻗어 가고 있다. 용인시는 국내 최초로 ‘시니어 빨래방’의 체인화를 추진해 현재 1·2호점을 운영 중이다. 에코스팀 세차장, 카드 배송 사업, 용인어린이상상의숲 파견 사업 등 전문성을 살린 시니어 사업단을 진행하고 있다.

 

천안 시니어 일자리 사업도 ‘GS25 시니어 동행 편의점’, ‘힐링 족욕카페 까멜리아’, ‘고기밥상’, ‘밥상피자’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노인들만의 일터가 아니라 청년 큐레이터 운영과 채용 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청년 일자리 정책과도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한국의 고령화로 인해 지자체들이 시니어 일자리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작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약 40%로, OECD 평균인 14.3%에 비해 3배가량 높다. 경제적 소득 보전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부는 노인 일자리 규모를 2015년 38만 개에서 2024년 107만 개로 크게 늘렸으며 관련 예산도 5배 이상 증액했다. 시니어 일자리는 앞으로도 세대가 공존하는 지역사회의 미래 모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강영인·이원용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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