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K-디저트, K-스낵 요즘 한국 음식 앞에는 어김없이 알파벳 하나가 붙는다. SNS와 해외 매거진, 유통채널에서는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오이무침은 ‘Korean cucumber salad’가 됐고 계란말이는 ‘K-style egg roll’로 소개된다. 삼각김밥은 뉴욕 푸드 매거진의 표지를 장식하고, 3천 원짜리 간식이던 김은 해외에서 프리미엄 슈퍼 스낵으로 팔린다. 그런데 알파벳 하나가 언제부터 이렇게 자연스럽게 모든 것 앞에 붙게 된 걸까.
지금 ‘K’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 처음에 K는 단순한 원산지 표시였다. 한국에서 만들어간 것, 한국인이 먹어온 것, 그런데 지금의 K는 출발점에서 꽤 멀리 와있다. 지도 위의 좌표가 아닌 하나의 문화적 상징이 된 것이다.
케이팝을 생각해보자. 지금 케이팝은 한국 국적의 아이돌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미국인 멤버가 있고, 일본어로 노래하고, 스페인어 가사가 섞인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것을 케이팝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K-푸드도 다르지 않다.
뉴욕의 셰프가 된장으로 드레싱을 만들고, 브라질에서 떡볶이에 코코넛을 넣고, LA에서는 떡볶이 버거가 메뉴판에 오른다. 이것을 K-푸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문화이론가들은 이를 문화 번역이라 부른다. 번역 과정에서는 일부 의미가 사라지기도 하고, 원본에 없던 새로운 의미가 생겨나기도 한다. K-푸드의 글로벌 확산은 정확히 그 번역의 과정이다.
그렇다면 누가 K를 정의할 권리를 가졌는가. 젓갈 없는 비건 김치가 등장했을 때 일부에서는 “그것은 김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추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16세기 이후로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전까지 김치에는 고추가 없었고 우리가 ‘전통 김치’라 부르는 빨간 김치는 약 400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다. 외래 재료를 받아들이고 변형했기 때문에 지금의 김치가 탄생한 것이다. 전통은 누군가의 변형 위에 세워진다. 비건 김치를 향한 “그건 김치가 아니다”라는 말은 자신도 변형의 산물임을 잊은 채 문을 걸어 잠그는 것과 다름없다.
K는 단순히 원산지 표기를 넘어섰다. 상실이 아닌 확장으로 볼 수 있다. K가 특정 국가의 좌표를 벗어나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제 K-푸드를 말할 때 중요한 것은 K가 어디서 왔는지보다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물어보자. K는 지금 세계의 식탁 위에서 새로운 언어로 자리잡고 있다.
이주현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