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멀리 현장학습을 가서 우리 아이를 멀미하게 만듭니까.” 이달 7일 교육부가 주관한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교육공동체 간담회’에서 공개된 학부모 민원 내용이다. 초등교사 노동조합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해당 영상은 일주일도 안 돼 700만 뷰를 넘겼다. 분노에 찬 교사의 목소리는 갉아 먹히고 있는 공교육의 민낯을 드러냈다.
교사가 두려움 없이 학생과 마주할 수 있는 환경은 공교육의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현 교육 현장은 그와 거리가 멀다. 2020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교사가 아동 학대 혐의로 수사받은 건수는 2400건에 달한다. 학생을 지도하다 신고당하고, 사고가 나면 피의자가 되는 현실은 교사들을 옥죄고 있다. 쏟아지는 민원과 법적 책임의 무게에, 교사들은 자기검열에 매몰된다. 이러한 교직 사회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나올 리 없다.
그 결과는 수치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초등교사 노동조합이 전국 교사 2만1918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96.2%가 현장체험학습 진행에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현장체험학습을 꺼리는 이유로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의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감’이 49.8%로 1위, ‘학부모 민원 대응 스트레스’가 37.0%로 2위를 차지했다. 극심한 불안과 스트레스 속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 사례도 발생한다. 2023년부터 작년 6월까지 62명의 교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교사들은 교단을 떠나며 공교육은 조용히 무너진다.
대학생에게 초·중·고 교육 환경의 문제는 이미 지나온 얘기다. 그러나 소풍 한 번 못 가고 운동장에서 쫓겨나는 아이들은 우리와 함께 이 사회를 살아갈 구성원이다. 제대로 된 가르침도, 실패를 통해 배울 기회도 없이 자란 세대가 사회에 나왔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교육의 부실은 한 세대가 지나서야 청구서를 내민다. 지금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10년, 20년 뒤 국가의 역량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사교육의 영향력이 커져가는 사회 속, 최소한의 환경조차 갖추지 못한 공교육은 그 의미를 잃어간다. 무너지는 공교육 앞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교육이 어디까지 왔는지, 우리 모두가 똑바로 바라보는 일이다. 공교육에 대한 관심과 성찰은 선택이 아니라 미래를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박성준 기자 sj7395@dankook.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