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황야를 가로지르는 아주 지루한 기차와, 매 순간 신기하고 독특한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 기차가 있다. 과연 어느 쪽의 여행이 더 길게 느껴질까? 언뜻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 같지만 누군가는 황야의 지루함이 시간을 멈춘 듯 길게 느껴진다고, 누군가는 이벤트가 넘치는 여행이 훨씬 긴 여정이었다고 회상한다. 이토록 다른두 여행에서 답이 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 연구팀은 성인 117명을 대상으로 환경에 대한 시간 인지 양상을 실험했다. 자극이 적고 단조로운 환경에 있던 사람들은 순간을 견디는 체감 속도가 매우 느리다고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실험을 회상할 때는 오히려 단조로운 환경에서의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간 것으로 기억했다.그 이유는 우리가 시간을 두 가지 방식으로 지각하기 때문이다. 순간을 경험할 때는 지루하면시간이 느리게 가고, 몰입하면 빠르게 흘러간 것처럼 느낀다. 반면 회고할 때는 뇌가 기록한 정보의 양이 기준이 된다. 기억이 풍부한 여행은 길게, 단조로운 여행은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의 삶 역시 이 두 열차의 운행 방식과 닮았다. 모든 것이 신선했던 어린 시절의 여름방학은 훗날 돌이켜봐도 한없이 길게 추억된다. 반면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는 성인의 삶에서는 당장의 하루가 지루하고 길게 느껴지더라도, 돌이켜보면 시간은 도둑맞은 듯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곤 한다.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개인이 시간을 바라보는 '시간관'이 곧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절대적인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지만, 그 안에 무엇을 담고 얼마나 몰입하는가에 따라 체감시간은 달라진다. 무채색 풍경에 익숙해진 채 시간에 끌려갈 것인가. 순간에 온전히 몰입해 삶의 지평을 넓힐 것인가. 시간의 길이를 결정하는 진짜 기차표는 언제나 우리의 시선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