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다리는 놓였다, 방향이 문제다
AI 다리는 놓였다, 방향이 문제다
  • 단대신문
  • 승인 2026.09.15 09:30
  • 호수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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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의료 로봇, 공장 넘어 사람 곁으로
의료·돌봄 26개 교과목엔 ‘로봇’이 없다
우리 분야에 필요한 로봇, 현장이 답해야

한국은 세계에서 로봇이 가장 촘촘한 나라다. 국제로봇연맹(IFR)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로봇은 1220대로 세계 1위다. 서유럽 267대, 북미 204대, 아시아 평균 131대와 견주면 격차가 크다. 그러나 이 1위는 공장 안의 기록이다.

 

로봇은 이미 공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IFR의 ‘월드 로보틱스 2025'에 따르면 2024년 전문 서비스 로봇 판매는 20만 대에 육박해 9% 늘었다. 더 가파른 것은 의료 로봇이다. 같은 해 판매가 91% 늘어 1만 6700대에 이르렀고, 재활과 비침습 치료 로봇은 106% 증가했다.

 

이런 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몸을 움직인다. 피지컬AI라 부르는 영역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 로봇들이 놓일 자리다. 병상과 재활실, 요양 시설은 공학 실험실이 아니라 사람이 일하고 살아가는 공간이다.

 

우리 대학의 준비는 적지 않다. 올해 AI융합대학과 인공지능학과를 신설했고 AI융합연구원을 설립했다. SW·AI 교육은 전교생 필수가 됐다. 인재 양성 사업에 선정되며 내건 특화 분야에는 피지컬·인간중심AI도 포함됐다.

 

교과과정의 변화는 더 눈에 띈다. AX-EL 모델을 도입하면서 학과마다 브릿지 교과목을 두기로 했다. 지난 2월 개설 계획을 보면 죽전 48개, 천안 58개, 모두 106개의 마이크로디그리 트랙이 19개 단과대학에 걸쳐 설계됐다. 브릿지 교과목은 117개다.

 

그러나 다리가 놓인 것과 그 다리가 어디로 이어지는가는 다른 문제다. 117개 브릿지 교과목 가운데 이름에 로봇을 내건 것은 기계공학과의 ‘지능형로봇공학' 하나다. 센서와 구동 장치를 다루는 과목까지 넓혀도 융합반도체공학과의 ‘AI활용마이크로프로세서'와 모바일시스템공학과의 ‘AIoT시스템'을 더해 셋이다. 셋 모두 로봇을 만드는 학과다.

 

로봇이 가장 먼저 들어가는 현장을 다루는 학과들은 어떤 다리를 놓았나. 의료와 돌봄, 교육과 농업 등의 분야에서 22개 트랙이 설계됐고 브릿지 교과목은 26개다. 이 가운데 로봇이나 기계 장치를 이름에 담은 과목은 없다. 데이터 분석과 모델링이 대부분이다. 하나하나 모두 필요한 과목이다.

 

문제는 다리가 향한 방향이다. 전공에 AI를 더하면 더 정확한 진단과 더 나은 예측을 얻는다. 피지컬AI가 묻는 것은 다르다. 내 분야의 일 가운데 무엇을 기계의 몸에 맡길 것인가, 그 경계는 누가 정하는가. 환자를 어떻게 옮길지, 어떤 보조 동작이 안전한지, 어떤 판단을 끝까지 사람이 쥐어야 하는지는 로봇을 만드는 쪽이 대신 정해줄 수 없다. 그 현장에서 일하게 될 사람들이 함께 답해야 한다.

 

피지컬AI는 제어나 기구 역량이 핵심이니 비전공자에게 열어봐야 겉핥기에 그친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모든 학생이 로봇을 설계하는 일이 아니다. 자기 분야에 어떤 로봇이 필요한지 말할 수 있으면 된다. 모르면 요구할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브릿지 교과목을 설계할 때 우리 분야가 어떤 로봇을 원하는지, 학생들이 그 답을 내놓을 만큼 배우고 있는지 함께 물어보면 어떨까. 피지컬AI를 아는 일은 이제 공학만의 몫이 아니다.

 

한국은 로봇이 가장 촘촘한 나라다. 그 촘촘함은 지금까지 공장 안의 이야기였다. 이제 로봇은 병실과 재활실로 들어간다. 그곳의 일을 아는 사람들이 어떤 로봇이 필요한지 함께 정하지 않으면, 대전환은 절반에 머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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