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줄이고 지역 관심 향상
“탐방·지원형 수업 확대할 것”
“수강 전에는 천안을 떠올리면 호두과자 정도밖에 알지 못했다.” 타지에서 연고 없이 천안으로 온 박서린(포르투갈브라질2)씨는 천안학을 들은 뒤 독립기념관을 직접 찾았다. 용인학을 수강한 최윤석(건축공1)씨는 학생들 사이에서 ‘꿀교양’으로 통하는 지역학 과목을 수강신청하기 어려웠으나, 용인과 관련된 설화를 새롭게 알며 이해도가 올랐다고 말했다. 지자체 예산이 투입되는 ‘지역학’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있을까.
현재 우리 대학 양 캠퍼스는 대학이 위치한 지역의 역사·문화·산업을 이해하기 위한 ‘지역학’ 강의를 개설 중이다. 죽전캠퍼스는 ‘용인학’을, 천안캠퍼스는 ‘천안학’을 선택교양 과목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두 강좌는 모두 2학점짜리 Pass/Fail로, 원격 강의와 현장학습으로 이루어진다.
문화원에서 대학 강의실로, 지역학의 확산
지역학은 한 지역의 공간·역사·상징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해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주민의 애착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목적을 둔 학문이다. 우리 대학은 2011년 용인학이 마련됐으며, 천안학은 2009년 처음 개설됐다. 현재 우리 대학을 포함해 용인과 천안 모두 총 8개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다.
지역학 강좌는 지자체의 재정 지원과 대학의 행정 협력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용인학은 죽전캠 자유교양대학 교학행정1팀이 예산 및 행정 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용인시가 매년 강좌 개설 지원사업을 공고하면 대학은 강의 계획서를 제출한 후 선정 절차를 거쳐 강좌를 운영한다. 반면 천안학은 2024년부터 천안시의 공모를 통해 민간 위탁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천안학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운영을 맡고 있다. 연구소는 8개 대학의 교육과정 편성과 강사료 지급 등을 통합 관리한다. 이처럼 두 강좌는 예산 집행 방식과 운영 주체에서 차이를 보인다.
예산과 운영 방식으로 본 ‘용인학’과 ‘천안학’
올해 용인시가 발표한 용인학 지원사업 예산은 총 8000만원으로, 우리 대학을 포함한 8개 대학에 연간 1000만원씩 지원됐다. 지원액은 수강 인원이나 강좌 수와 관계없이 동일하며, 외부 강사 초빙과 교재 제작·현장 체험 등에 사용된다. 용인특례시청 정책기획과 이상엽(45) 주무관은 “시에서는 강의의 기본 방향과 운영 기준을 제시하고, 세부 내용과 수업 방식은 대학과 주관 교수의 전문성 및 자율성을 존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은 강의 종료 후 보조금 집행 내역과 증빙자료를 제출하며, 시는 매 학기 수강생 설문조사 결과를 함께 검토해 교육 성과를 점검한다.
천안학 지원 예산은 총 2억원으로, 강사료와 조교 인건비·교제 제작 등 강의 운영비에 사용되고 있다. 연구소는 수강생을 대상으로 매년 네 차례 사전·사후 설문을 실시해 천안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 변화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간 두 차례 ‘천안학 효과 분석’ 자료를 발간하고 있다. 천안학연구소 이명숙(59) 사무국장은 “학생들이 대학에 다니는 동안 천안을 조금 더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용인학 전담인 김난주(자유교양대) 교수는 “매 학기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과목이기에 수요를 높이기 위해 재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온라인 강의 방식을 채택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사 섭외 역시 김 교수가 담당하고 있다. 그는 “첫 번째 기준을 용인학 교재 집필자로 두고 있으며, 두 번째 기준은 용인 소재 대학에서 지역학을 전공한 교수나, 용인문화원 등 관련 기관에서 근무 중인 연구원을 우선적으로 섭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천안학은 총 15주차 중 한 차시만 현장학습으로 진행한다. 연구소가 공통 교육과정과 교재를 구성하고, 각 분야 전문가와 지역기관 관계자가 강의를 이끌고 있다. 천안학 담당 주미란(자유교양대) 교수는 “천안학이 학생들의 지역 이해뿐 아니라 미래 진로를 생각하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의 만족도 평가 높지만, 학생들 “탐방 늘려야”
지난 1학기 용인시가 지역학을 개설한 8개 대학 30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용인학에 대한 과목 흥미도 항목에서 5점 만점에 4.3점을 기록했다. 연구소도 지난 1학기 천안학 수업을 바탕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천안학도 전반적인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26점으로 파악됐다.
재학생들 사이에서 지역학은 시험과 과제 부담이 적은 교양 과목으로 알려져 있다. 본지가 이달 5일부터 9일까지 양캠 지역학 강의를 수강한 재학생 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부 학생들은 지역을 직접 탐방해 보고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년 2학기 용인학을 수강한 송유찬(사학2)씨는 “현장 탐방 비중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전했다. 같은해 1학기 천안학 수강자 정선영(영어4·휴학)씨는 “학생들이 평소에 관심을 가질 만한 천안의 유명한 관광지 같은 장소들도 다뤄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올해 2학기 수강한 김민준(경영3)씨는 “단순히 지역의 특성을 설명하는 강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주요 명소와 문화유산 등을 영상으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시청각 자료를 적극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현재 용인학은 명소 탐방이 의무로, 수강생은 탐방 후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김 교수는 탐방 기회를 대폭 늘리지 못하는 이유로 매년 똑같은 지자체 지원금을 꼽았다. 이 사무국장은 “학생들이 4년 동안 천안에서 생활하면서도 정작 천안이 어떤 곳인지 잘 알지 못한 채 떠나는 경우가 많아 직접 참여하면서 지역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두과자’ 정도밖에 몰랐던 학생이 수강 이후 독립기념관을 직접 찾는 변화가 바로 지역학이 겨냥하는 지점이다. 지역학 강좌가 단순히 ‘쉬운 교양’이라는 인식을 넘어, 학생들에게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