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43호에서는 디지털에서 재현되는 이미지가 ‘도자기’ 피부라는 이상을 만들어낸 경향을 논의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존에 있던 주근깨를 드러내거나 의도적으로 그리는 메이크업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주근깨가 새로운 뷰티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매끄럽고 결점 없는 피부가 선망받는 가운데, 누군가는 왜 주근깨를 가리지 않는 걸까.
오랫동안 이상화된 깨끗한 피부와 새롭게 부상한 주근깨 사이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패션의 법칙을 이해해야 한다. 패션은 곧 유행으로, 끊임없이 새롭게 변화하는 트렌드다. 이는 남들과 다르지 않고 싶은 욕구와 다르고 싶은 욕구가 양가적으로 작용하면서 탄생한다. 다수로부터 인정받고 선망받는 트렌드로 자리 잡으려면 새로우면서도 크게 낯설지 않은 적절한 지점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평소 오류처럼 여겨지던 것들을 활용하는 방식은 패션을 탄생시키는 전략 중 하나다. 기존의 미적 기준에서 벗어난 형태인 만큼 누구나 소화할 수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를 소화해 낸 사람은 그 자체로 남들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가진다. 다만 이때 오류는 근소한 차이여야 한다. 완벽하게 통제된 교묘한 오류를 추가함으로써 약간의 새로움을 더해야 하는 이유다.
새롭게 패션화된 주근깨는 너무 많거나 진하고 빽빽하지 않다. 패셔너블한 이미지를 위해서 실제 주근깨는 파운데이션을 덧발라 가리고, 연하고 부드러우며 적당하게 분포된 가짜 주근깨를 새로 만든다. 대체로 은은한 갈색 펜으로 작게 콕콕 찍고 파우더로 조정하라는 방법이 소개된다. 이처럼 패션은 현실적인 주근깨를 포용하기보다 통제된 방식으로 허용한다. 패션은 본래 오류처럼 여겨지던 주근깨를 재구성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사람에게 타인과 차별화될 수 있는 개성을 부여한다.
그렇다면 누가 이를 잘 소화할 수 있는가. 주근깨가 있더라도 피부는 여전히 희고 매끄러워야 하며, 주근깨를 제외한 다른 흠결은 없어야 한다. 이미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결국 주근깨는 우리가 추구해 온 이상화된 외모 규범을 깨뜨리지 못한다. 패션은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것을 포용함으로써 대안적이거나 진보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포용은 제한적이다. 다수에게 수용되고 공유되는 미적 규범이 공고히 작용하는 가운데 패션은 조금씩 그 지평을 넓히면서도 큰 틀은 바꾸지 않는다. 오히려 규범이 작용하는 구조가 더 교묘해질 뿐이다.
김희량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