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스승’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올해의 스승’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 권용우<명예교수 ‧ 법학>
  • 승인 2012.12.2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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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스승’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권 용 우

<명예교수 ‧ 법학>

 

    지난 17일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의 스승상(賞)’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의 스승상’은 2002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와 조선일보, 방일영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제정하여 시상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서, 올해로 10회를 맞았다.

    올해의 스승상을 수상한 열 세명 교사의 면면을 보면서 우리나라 2세 교육의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그 동안 ‘학교 폭력’ ‘교실 붕괴’에 관한 신문기사를 접면서 우울했던 마음이 봄눈 녹듯함을 느끼게 했다.

 

    학생들에게 친구 같은 존재, ‘멘토’ 선생님

 

    벽지 농촌학교에서 ‘토요 발명교실’을 열어 학생들의 창의력을 움트게 한 교사, 학생들과 함께 바다와 산을 누비고 독도 ‧ 백두산 천지 ‧ 두만강 일대의 독립유적지 탐방행사를 지도해온 교사, 학생들에게 의욕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49세의 나이로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후 제과제빵교실을 운영한 교사, 금호강 ‧ 팔공산 살리기 캠페인으로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교사, 학생들과 함께 노인요양원을 방문하고 제3세계 기아(饑餓)아동 돕기를 지도해온 교사! 이들의 정성이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 뿐이 아니었다. 발명동아리를 만들어 10년간 학생들을 지도해온 교사, ‘늘사랑 봉사부’를 만들어 13년간 학생들과 함께 복지시설을 찾은 교사, ‘창의연극놀이부’를 만들어 연극을 통한 학교폭력 ‧ 따돌림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온 교사, 청소년적십자 ‧ 걸스카우트 ‧ 국제청소년봉사단 등 각종 청소년 단체를 23년간 지도하며 건강한 청소년 문화를 육성해온 교사, 지체장애(5급)를 극복하면서 장애학생들이 혼자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 교사! 이들의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이 모여 2세 교육의 희망을 쌓아올렸다. 참으로 귀한 결과였다.

     학생들에게 친구 같은 존재이자 ‘멘토’로 존경받는 교사도 나의 눈길을 끌었다. L 교사는 정성을 기울인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했다니, 그 노력이 참으로 가상하지 않는가. 때로는 7~8시간에 걸쳐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방학 때마다 상담연수기관에서 연수를 받으면서 자신을 훈련했다고 한다.

    또, K 교사의 음악을 통한 열정도 나의 눈을 끌기에 충분했다. K 교사가 20년간 거쳐간 학교마다 언제나 음악이 흘러넘쳤다고 한다. 가난의 아품과 학교폭력에 상처를 입은 학생들을 어루만져주고 학습의지가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고 하니,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 싶다.

    올해의 스승상을 수상한 교사들의 애정어린 따뜻한 손길을 그려보면서, 문득 “평범한 교사는 말만 하고, 좋은 교사는 설명을 하며, 훌륭한 교사는 모범을 보이고, 위대한 교사는 제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1박2일로 白日場도 열고 싶다

 

    S 교사는 또 어떠하였는가. 이 교사는 정규 수업시간 외에 문예반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의 글쓰기 지도를 해왔다고 한다. 지난 5월에 경북교육청 ‘e-독서친구 독후감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정미나 양(10세)의 말이 나의 귀에 짠하게 들려온다. “큰 대회에서 상을 받으니까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조선일보 2012. 12. 12, A12면).

    S 교사는 은퇴 후에도 “오후에 학교에서 글쓰기 지도를 하고, 여름에는 아이들을 초대해 1박2일로 백일장도 열고 싶다”면서, “아이들과 함께 정원에서 글도 쓰고, 밤에는 별도 보면서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위의 조선일보 에서).

    S 교사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1982년부터 30년간 익명으로매년 3~4명의 졸업생들에게 40~50만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 ‧.

    지난 2월 졸업식장에서의 일이다. 4명의 학생이 장학금을 받기 위해 단상에 올라왔다. 이 학생들은 한 부모 가정이나 가난한 조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었다. 곧 이어 “졸업생 여러분이 멋진 중학생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S 선생님이 장학금을 준비하였습니다”라는 사회자의 말이 흘러나왔다. 이어서 학생들에게 40만원씩의 장학금이 전달되었다.

    “그동안 익명으로 장학금을 줬는데, 지금은 들통나서 참 부끄러워요. 어려운 아이들에게 ‘너를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인데 ‧ ‧ ‧”(위의 조선일보에서). S 교사의 말이다.

    올해의 스승상을 수상한 교사들의 열정이 ‘교실 붕괴’를 막을 수 있었겠구나라는 답을 얻었다. 문득,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욱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라는 우리나라의 속담이 떠오른다.

    철학자 안병욱(安秉煜) 교수님의 귀한 말씀을 여기에 옮기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교육자는 사람을 만드는 인생의 농부이다.”

권용우<명예교수 ‧ 법학>
권용우<명예교수 ‧ 법학>

 dknew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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