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5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익선동 골목에서 마주친 서민들의 애환 익선동 골목에서 마주친 서민들의 애환 2024년 3월의 마지막 날, 어스름 익선동 골목으로 들어섰다. 일요특강을 마치고 구름처럼 밀려 떠다니는 젊은이들과 외국 관광객들이 게딱지 같은 종로3가 익선동 음식점 골목을 누비는 것은 또 다른 멋과 삶의 여백이 아니겠는가. 불판에 삼겹살을 굽고 묵은김치를 구워 소맥을 즐기는 풍경이 이젠 너무나 정겨운 풍경이 되었고, 그 틈에 외국인들까지 끼어 국제 식도락 잔치가 열렸다. 구절양장 미로를 헤매다 마침내 눈에 띈 완도맛집이라. 한번 믿어보기로 한다. 전라도 끄트머리 완도에 젊은 청춘들이 흘러와 낭만 가객 술잔을 기울이는 정취, 그래 맛의 멋 | 전건호 칼럼니스트 | 2024-04-09 14:41 몬도가네 몬도가네 오늘의 식단은카드뮴 쌀로 지은 밥곰팡이를 발효시킨 청국장에효모균을 버무린 오뎅볶음이죠 무기질을 보충하기 위해수은 비옥한 땅에서 뜯은 방풍나물질소 듬뿍 함유된 쑥국엔오갈병 든 대파를 썰어 넣어요 납덩이 조기찌개에유황오리 훈제도 추가해요 맛이 간 단무지 김밥O157 햄버거는 보너스죠철새 따라 찾아오는조류독감, 신종풀루 사스균으로 젓갈을 담고무정란을 후라이했죠대장균 뿐 아니라 곰팡이와 세균에는필수아미노산 단백질 무기질이 풍부하거든요 편식은 몸의 균형을 깨고영혼의 골다공증을 유발한답니다골고루 꼭꼭 씹어 드세요 후식은 아연과 납이 듬뿍 함유 맛의 멋 | 전건호 칼럼니스트 | 2024-03-05 14:50 칼국수 칼국수 동의를 구한 적은 없다 수다를 떨다 허기지면 그의 부재를 핑계 삼아물에 풀어 버린다소금 간을 하고주물럭 주물럭 반죽을 해 홍두깨로 넓적하게 밀어 무채 썰 듯 칼질을 한다 칼날이 지날 때마다 그는 영문도 모르고 수백수천 가닥으로 썰어진다펄펄 끓는 뜨거운 입담 속 비웃음과 조크를 곁들인다 뜨거운 객담 속 면발풀리지 않게 쫄깃거릴 때까지욕설과 비아냥의 군불로 끓여젓가락 부딪치며후루룩 거린다 포만감이 밀려오면일말의 거리낌 없이흐뭇하게 자리를 뜬다그가 더부룩하게내장을 통과하는 동안 역한 트림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면발의 감칠맛에편식을 그칠 수 맛의 멋 | 전건호 칼럼니스트 | 2023-12-05 13:43 충무로 간판 없는 추어탕의 추억 충무로 간판 없는 추어탕의 추억 어스름 새벽이 찾아오고 또 일터로 떠난다. 사는 건 어차피 밥 한 끼 얻으러 불길 속 날아드는 불나방 아니겠는가?허름한 충무로 뒷골목에서 추어탕 한 그릇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동안 옆테이블엔 기름때 묻은 작업복 남자들이 정치를 논하며 침을 튀기는데 늙은 주인장은 구부러진 허리로 실파김치를 상에 놓고 그 옆에 청양고추 토파 놓은 양념통을 진열한다. “야이놈들아. 너나 잘해라”하며 혀를 차듯 발을 질질 끄는 노파가 스텐 컵에 물 한잔 털썩 내려놓는다. 보글거리는 뚝배기에 걸죽한 추어탕에 파김치를 넣고 청양고추를 두 스푼을 넣어 내장의 허 맛의 멋 | 전병하 | 2023-11-07 14:34 7호선 종점, 수락산 두부마을의 추억 7호선 종점, 수락산 두부마을의 추억 꽃은 피고 세월은 남루해진 신문지처럼 녹슬어간다. 절조 있는 고독이 행운의 변곡점으로 변환될 지하철 7호선을 탄다. 문득 나선 7호선 종점 장암역은 개와 늑대의 시간, 신기루처럼 펼쳐진 수락산을 향하면 천상병거리를 스크랩한다.어느 여름날 막걸리 한 사발에 민물참게 라면을 끓여 먹고 적당히 취기와 객기가 발동하여 해 저무는 강변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던 그 여름 한때, 우리는 잊지 못할 음식을 조리했으니 그 황홀한 레시피란 두부 한 모에 청양고추, 대파 두어 포기, 남집 밭둑 깻잎 서리한 것 한 주먹, 임진강 민물새우 몇 마리, 낚시꾼 맛의 멋 | 전병하 푸드 칼럼니스트 | 2023-09-05 14:16 처음처음1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