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安倍)의 妄言, 끝이 안 보인다
아베(安倍)의 妄言, 끝이 안 보인다
  • 권용우<명예교수 ‧ 법학>
  • 승인 2013.05.1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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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安倍)의 妄言, 끝이 안 보인다

권 용 우

<명예교수 ‧ 법학>

     “침략(侵略)에 대한 정의(定義)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국가간의 관계는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시사저널 2013. 5. 7). 이 말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4월 23일 참의원(參議院) 예산위원회에서 한 발언의 내용이다.

     이는 일본의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는 태도이다. 이로써 일본이 한국을 점령하고 35년간 식민지배했던 무단정치(武斷政治)의 흔적을 깡그리 지우려는 계산이다. 어디 그 뿐인가. 만주와 중국을 점령하고 말레이반도를 침공했던 잘못을 덮고 가려는 태도다. 참으로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역사는 덮으려고 해서 덮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망언(妄言)을 내뱉는 아베가 이끌고 있는 내각(內閣)의 각료 4명이 최근에 야스쿠니(靖國) 신사(神社)를 참배했다. 야스크니 신사가 어떤 곳인가. 이 곳은 전쟁을 일으키고 추진했던 A급 전범(戰犯) 14명을 합사(合祀)한 곳이 아닌가.

    무라야마의 談話를 없었던 것으로

      아베의 머리 속에는 군국주의(軍國主義) 망령(亡靈)이 꿈틀대고 있다. 그 망령이 1995년 8월 15일에 발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의 담화(談話)부터 뭉개기 시작했다.

      그 담화를 읽으면,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려는 아베에게는 참으로 거추장스러운 ‘사죄’(謝罪)를 담고 있다.

     “지난 대전(大戰)이 종말을 고한지 5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다시금 그 전쟁으로 인하여 희생되신 내외의 많은 분들을 상기하면 만감에 가슴이 저며듭니다. ‧ ‧ ‧ 우리는 과거의 잘못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도록 전쟁의 비참함을 젊은 세대에 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특히 근린제국(近隣諸國)의 국민들과 협조하여 아시아 ‧ 태평양 지역, 더 나아가 세계평화를 확고히 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들 여러 나라와의 사이에 깊은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관계를 키워나가는 것이 불가결하다고 생각합니다. ‧ ‧ ‧ 지금 전후(戰後) 50주년이라는 길목에 이르러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면서 역사의 교훈을 배우고 미래를 바라보며 인류사회의 평화와 번영에의 길을 그르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멀지 않은 과거의 한 시기, 국가정책을 그르치고 전쟁에의 길로 나아가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빠뜨렸으며 식민지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제국(諸國)의 여러분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습니다. 저는 미래에 잘못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의심할 여지도 없는 이와 같은 역사의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여기서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謝罪)의 마음을 표합니다. ‧ ‧ ‧.”(NAVER「지식iN」).

     1982년의 교과서 검정과정에서 있었던 3 ‧ 1운동을 ‘데모’와 ‘폭동’으로, 대한제국(大韓帝國)에의 침략을 ‘진출’로 수정하는 문부성(文部省)의 조치에 대한 미야자와(宮澤)의 사죄 담화도, 1993년의 ‘위안소(慰安所) 설치 및 위안부(慰安婦)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河野)의 담화도 거치장스럽기는 마찬가지다.

     2010년 8월 10일, 한일(韓日)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간 나오토(菅 直人) 총리가 발표한 담화도 아베의 눈에는 가시와 같다. “한국인(韓國人)들의 뜻에 반(反)하여 식민지배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잘못을 謝罪할 줄 알아야 ‧ ‧ ‧

     아베는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엎고 기고만장하게 설쳐대고 있다. 이에 아베는 한 술 더 떠 오는 7월에 있을 참의원(參議院) 선거에서 자민당(自民黨)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 평화헌법(平和憲法)을 개정할 것이라는 계산서를 손에 들고 만지작거리고 있다.

     2차 세계대전(世界大戰) 종전 후, 전범국(戰犯國) 일본이 군국주의 메이지(明治)헌법을 폐기하고, 포츠담선언에 따라 민주주의 헌법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이른바 ‘평화헌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헌법이 1946년 10월 7일 중의원(衆議院)을 통과했다. 이 날 본회의에서 요시다 시게루(吉田 茂) 총리는 “중의원과 귀족원의 열성적이고 신중한 심의를 거치고, 적절한 수정을 더해 새 일본 건설의 초석이 될 헌법개정안이 확정되었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남윤호 “아베에겐 헌법이 고무찰흙인가” 중앙일보 2013. 5. 7).

     아베는 이렇게 만들어진 헌법이 연합국총사령부(GHQ, 사령관 맥아더 장군)가 강요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우기면서 군대 보유와 교전권(交戰權)을 부인한 제9조를 폐기하려는 시도를 획책하고 있다.

     일본은 알다가도 모를 나라이다. 우리나라를 강제로 병합해 35년간 지배하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얼마나 심한 고통을 안겨주었던가. 그런 그들이 이제와서 “국가간의 관계는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으니, 할 말을 잊는다.

     그 뿐이 아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을 군인으로 노무자로 강제 징발하고, 젊은 여성들을 일본군의 성노예로 삼았던 사실도 없었던 일로 덮고 있다. 그러면서, 과거사 (過去事) 왜곡 교과서를 채택, 2세대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아베에게 묻는다. ‘영국 정부가 1950년대 자국의 식민지였던 케냐에서의 가혹행위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배상키로 한 사실을 아느냐?’고 ‧ ‧ ‧. 알 리가 없지!

     “잘못을 저지르고서도 후회할 줄 모르는 사람은 하등(下等)의 사람이요, 후회하면서도 고칠 줄 모르는 사람도 또한 하등의 사람이다.” 이는 『소학』(小學)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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