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마니 1. <올드보이> 우진
심마니 1. <올드보이> 우진
  • 송미라 소장
  • 승인 2013.09.10 12:04
  • 호수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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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된 사랑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다뤄지는 테마 중 하나가 ‘금기된 사랑‘이다. 특히 근친 간의 사랑은 아슬아슬한 분위기와 충격적 장면을 위해 자주 사용되는 테마로서, 그 이유가 단순히 성욕일 경우에는 그 위반자를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사랑’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는 근친임을 몰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이러한 금기된 근친애와 처절한 복수로 관객들을 압도했던 영화로, ‘누나하고 난 다 알면서도 사랑했어요.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라는 우진(유지태)의 대사에서 볼 수 있듯이 진짜 사랑을 전제로 하는 이우진(유지태)과 친누나의 근친애와, 딸인 줄 모르고 사랑한 오대수(최민식)와 미도(강혜정)의 근친애를 다루고 있다.

 오대수는 전학가기 전날 이수아와 그녀의 동생 이우진의 근친애적 장면을 보고 무심결에 친구에게 발설한 후 이 사실을 잊고 산다. 이 발설은 곧 소문으로 돌았고 수아는 상상 임신까지 하게 되며 결국 다리 난간에서 우진의 손을 놓고 자살한다. 우진은 이 죽음의 원인이 오대수라고 생각하고, 오대수가 자신의 딸인 미도와 근친상간을 행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자신이 행했던 근친애를 복수 방법으로 사용한다.

 어쩌면 어린 시절 가장 가까운 이에게서 사랑을 느끼는 것은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어머니를 빼앗기는 게 두려웠던 유아기 시절 후에는 서서히 관계를 넓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게 된다. 하지만 우진은 그러지 못했다. 청소년기에 친누나를 사랑했으며, 누나의 자살 후에도 자신의 내면을 죽어가던 누나의 모습으로 가득 채우고 살았다. 누나가 자살할 때 입고 있던 원피스가 격자무늬의 보라색이었는데, 우진의 침실 역시 보라색이고 물건을 전달할 때마다 사용하는 상자 역시 격자 무늬의 보라색이었으며 셔츠 역시 보라색이었다. 그리고 누나가 자살한 저수지를 연상시키는 펜트하우스의 물줄기 역시 정신적 성장이 멈춰진 우진의 정체된 삶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누나의 죽음을 잊지 않으려는 편집광적인 집착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15년간 오대수를 감금하고 그의 아내를 죽였으며, 대수의 친구가 PC방에서 누나에 대한 험담을 하자 흥분하여 디스크 조각으로 그를 찔러 죽이는 등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항상 인과응보라 생각하고 죄의식을 전혀 갖지 않을 수 있었던 것 역시 자살하는 누나를 본 후에 갖게 된 싸이코패스 심리 상태로 보여진다.

 특히, 오대수가 목격한 우진과 누나의 장면은 모유를 주는 어머니와 젖을 먹는 아들의 관계처럼 보여지는데, 이는 우진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암시해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진은 자살하는 누나의 손을 놓아줌으로써 상징적인 거세를 겪게 되고, 이렇게 자기를 거세하게 만든 오대수를 자신과 똑같은 존재로 만들기 위해 금기된 욕망(딸과의 성관계)을 경험하도록 한다. 우진은 ‘이수아를 임신시킨 것은 자신의 자지가 아니라 오대수의 혀였다’고 주장하고 싶어 하지만,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알면서도 사랑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세계에서 발생하는 대가를 견딜 수는 없었다. 누나는 대가로 상상 임신을 했고 우진은 자살하는 누나의 손을 놓고 말았다. 누나에 대한 죄책감은 오히려 오대수에 대한 복수의 기저가 되었고, 오대수가 근친상간을 알고 자신의 혀(남근)를 거세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내면에 있던 이수아의 손을 놓아준다. 충격적인 것은 이어진 우진의 자살이다. 15년간 복수를 준비했으며, 그 많은 부와 명예, 지위를 버릴 수 있을 만큼 친누나에 집착할 수 있었던 그의 사랑이 더욱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다리 난간에서 누나의 손을 놓은 우진과, 스스로 자살하는 우진의 심리적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욕망과 욕망의 한계는 어떠한가?(우진의 얘기는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송미라 소장
송미라 소장
송미라 소장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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