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막하 30.막걸리vs사케
막상막하 30.막걸리vs사케
  • 이다혜 수습기자
  • 승인 2013.10.09 15:49
  • 호수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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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닮은 꼴 한국과 일본의 전통술

한국인들은 비 오는 날 막걸리와 파전을 즐겨 먹는다. 막걸리는 농사 후 갈증을 풀어주고 체력보충까지 돼 항상 사랑받는 전통 술이다. 멀지 않은 일본은 어떨까? 일본의 대표적인 전통술로는 전 세계적으로 팬층이 두터운 ‘사케’가 있다. 세계인을 사로잡은 동양의 전통 술, 제대로 비교해가며 배워보자.

 막걸리는 다양한 곡물을 쪄서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킨 술이고 사케는 쌀과 누룩, 물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술을 만드는 세부적인 과정부터 차이가 있다. 특히 막걸리는 발효시킨 후 밥풀만 걸러 짜내 탁한 색을 띠는 반면 사케는 맑은 부분만을 사용해 투명한 색을 띤다.

오랜 역사를 이어온 전통 술인 만큼 막걸리와 사케 모두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막걸리는 1천여 가지가 있는데 들어가는 곡물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흔히 쌀과 밀, 보리만을 생각하지만 고구마, 인삼, 팥부터 과일이 추가로 더 들어가기도 한다. 사케는 일본에 브랜드만 2천 개가 넘게 존재한다. 오직 누룩과 쌀만을 이용해 사케를 만들지만 쌀의 도정 정도에 따라 다양한 술이 만들어진다. 30, 40, 50%로 쌀을 깎는 정도가 나뉘고 더 많이 깎일수록 좋은 사케다.

막걸리는 담백한 맛과 감칠맛이 느껴지고 갈증이 풀리는 시원함이 있는 것이 제대로다. 막걸리에 잘 어울리는 음식은 단연 파전인데, 둘의 조화를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회기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회기 파전 골목은 막걸리와 파전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다양한 막걸리의 맛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홍대와 강남에서 뜨고 있는 막걸리 바를 가보면 좋다. 자몽, 알밤 등 특이한 재료로 만든 막걸리뿐 아니라 전통술에 어울리는 퓨전 안주도 갖춰 있다.

사케는 쌀을 깎아낼수록 누룩의 개성이 잘 살아 깊은 맛을 내고 여운이 오래가서 등급이 높아진다. 등급이 높은 순으로 다이긴죠, 긴죠, 혼죠죠라 불리는데, 여기서 ‘준마이’ 자가 붙으면 공업 알콜을 넣지 않아 한 단계 더 좋은 술이다. 사케를 제대로 마셔보고 싶다면 준마이를 선택하는 게 좋다. 보통 술집에서는 팔지 않고 ‘이자카야’라는 일본식 선술집을 가야만 접할 수 있는데, 조용하고 아늑한 이자카야일수록 사케 마시는 분위기가 더 잘산다.

일본은 사케를 국주(國酒)로 승격시킬 정도로 사케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자부심으로 세계에 알린 까닭에 술이라는 뜻의 사케가 외국에선 마치 하나의 브랜드처럼 쓰이고 있다. 비싼 가격 때문인지 사람들은 그 가치를 높게 산다. 막걸리는 옛날부터 우리네 농민들의 끼니와 말벗이었다. 가장 대중적이며 민족과 함께 살아온 우리 술로 저렴해서 값어치가 떨어지는 술이 아니라 사람을 가리지 않는 좋은 술이다. 아직은 가격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싼 사케를 더 좋게 여긴다.

사케와 막걸리 둘 다 각각의 환경 속에서 함께해온 좋은 술이었고, 지금도 좋은 술이다. 일본이 사케의 진면모를 알아 세계에 퍼뜨렸듯이, 우리도 인식을 바꾸어 막걸리를 아끼고 자랑해야 하지 않을까.

이다혜 수습기자
이다혜 수습기자

 ekgp059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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