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성웅성 - 안서가요제를 보고
웅성웅성 - 안서가요제를 보고
  • 백은진
  • 승인 2003.11.05 00:20
  • 호수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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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안서가요제를 보러 갔었다. 그곳에는 많은 학우들이 가요제를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첫 번째 참가자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조금씩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6번까지 들었을 때 후배가 뒤늦게 공연장 안으로 들어왔다. 후배는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아직은 서툰 장애인이다.
후배는 맨 앞줄에 앉았고 우리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후배는 저 고운 목소리도, 노래도 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안타까웠고 답답했다. 그러나 참가자의 모습을 보며 발을 까닥이며 박자를 따라가는, 행복하게 웃고 있는 후배의 얼굴을 보았다. 후배는 저 목소리가 듣고 싶은 것도 노래가 듣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후배는 다만 이 분위기속에서 함께 어울리기를 원했던 것이다.
곧 이어 자전거 탄 풍경이 초대가수로 왔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꼬마아이들이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아이들은 자전거 탄 풍경이 초대가수로 온 것을 알고 자발적으로 온 것이었다. 아이들은 작은 손가락이 채 들어가지 않는 흰 장갑을 끼고 눈은 이곳에 온 모든 이들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말을 건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언어가 아니었다. 그들이 건넨 대화는 우리 모두의 가슴으로 울려 퍼진 손짓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대화는 이루어졌다. 대화라는 것이 마주보고 서로의 마음이 전달된다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후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늘 나는 서점으로 향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서점 맨 구석 제일 위 칸에 꽂혀있는 수화 책을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분명 당신은 첫 번째 간 서점에서는 찾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주인아저씨는 아무런 머뭇거림 없이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아무도 책을 찾지 않기 때문이라고.
백은진
백은진

 <문예창작전공·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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