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탐구④ 어버이날
대중가요탐구④ 어버이날
  •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
  • 승인 2016.05.03 12:00
  • 호수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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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
▲ <엄마>가 수록된 라디(Ra.D) 2집 ‘Realcollabo’

1년 중 가정에 관한 날이나 행사가 많아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도 한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5월 5일 어린이날, 5월 8일 어버이날, 5월 11일 입양의 날, 5월 15일 스승의 날, 5월 16일 성년의 날, 5월 21일 부부의 날까지 행사가 이어지는 것이다. 나이가 들고 내가 부모가 돼 보니, 이 많은 날 중에 유독 마음이 가는 날은 역시 ‘어버이날’이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부모님을 만드셨다 했던가! 그래서인지 대중가요에도 어버이, 특히 어머니를 소재로 한 노래가 많다.
 

먼저 <불효자는 웁니다>가 떠오른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어쩌면 누군가의 자식인 우리는 모두 애당초 불효자인지도 모른다. 작사가 반야월(본명 박창오)이 진방남이라는 이름으로 1940년에 발표한 <불효자는 웁니다>(김영일 작사, 이재호 작곡)는 진방남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애절하게 다가오는 노래이다. 그도 그럴 것이, 녹음을 위해 일본에 갔던 그는 ‘모친 별세’라는 전보를 받았다. 첫 취입을 온 신인 가수였던 그는 조심스러워 사람들에게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스튜디오 밖으로 나와 펑펑 우는데, 뒤따라 나온 작곡자 김교성이 그 사실을 알고 목이 잠긴다며 취입을 미룰 것을 그에게 권했다. 당시 취입하는 일이 쉽지 않아, 어떻게든 해보려 했으나 목이 메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자 그는 결국 당일에 취입을 포기했다. 그리고 다음날에 진방남은 반 울음으로 취입을 마쳤다. 그 진심이 통했는지, 이 노래는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상당한 인기를 얻으면서 애창되었다.
 

다음으로 유주용이 1969년에 노래한 <부모>도 부모님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노래이다. 김소월의 시에 서영은이 곡을 얹은 <부모>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로 시작하는 첫 소절부터 애잔함을 자아내는 노래이다. 보통, 이 노래를 두고 자신이 부모가 돼 봐야 부모님의 애틋한 마음을 알게 된다고 해석하는데, 정재찬 교수는 자신의 책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서 김소월의 개인사와 연관시켜 이 노래의 원시를 다음처럼 해석했다. 즉 김소월의 아버지는 일본인에게 몰매를 맞고 그 충격으로 정신 이상이 되어 평생 실성한 사람으로 살았다고 한다. 할아버지 손에서 자란 김소월은 어느날 아버지의 참혹한 사연도 들었을 것이고, 그 때문에 김소월의 시 마지막 부분의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를 “내가 부모가 되면 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문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래에서는 그 마지막 부분이 달라지긴 했으나, 아무튼지 김소월의 개인사를 알고 나면 더욱 애절하게 다가오는 노래이다.
 

젊은 세대라면, 이적과 김진표로 구성된 ‘패닉’의 <정류장>을 떠올릴 수도 있다. 2005년에 발매된 패닉의 4집 음반에 실려 있는 <정류장>(패닉 작사, 이적 작곡)에는 엄마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버스 정류장에서 자신의 아이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어머니를 보며 가사를 썼다는 말이 있듯이, 노래 속 ‘그대’를 ‘어머니’로 놓고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게다가 2011년에 버스커 버스커가 ‘슈퍼스타 K3’에서 이 노래를, 홀로 두 형제를 키우신 어머니를 위해 불러 감동을 전해주면서 <정류장>이 어머니를 위한 노래로 인식되기도 했다. ‘어머니’ 대신에 ‘엄마’라고 부르는 라디(Ra.D)의 <엄마>(Ra.D 작사, 작곡, 2008)도 첫 소절부터 가슴이 먹먹해지는 노래 중 하나이다. 노래 가사에는 “엄마, 이름만 불러도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죠”가 나오는데, 철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가사가 아닐 수 없다.
 

내겐, ‘어머니’ 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 장면이 있다. 모두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비가 억수로 내리던 어느 날, 아무 기대 없이 하교 버스에서 내렸는데 어머니께서 우산을 들고 정류장에 서 계셨다. 다리가 안 좋아서 거동이 불편했던 어머니께서 언제 집에 올지 모를 딸을 위해 우산을 들고 하염없이 그곳에 서 계셨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었다. 또 하나는 어느 날 어머니가 나보다 먼저 버스에서 내리셨는데, 버스 창으로 바라보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그렇게 서글플 수 없었다. 그때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더 열심히 살겠다고, 어머니의 뒷모습을 지켜드리겠다고 다짐했었다.
 

그 후로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다. 부모님은 그새 나이가 더 드셨고 나는 어느덧 고등학생 아이를 둔 중년의 엄마가 되었다. 내리사랑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지만, 그래도 어버이날엔 부모님을 생각하자. 노래 가사처럼 불효자가 되어 땅을 치며 통곡할 일이 없도록 미리미리 부모님을 챙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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