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김태훈의 듣다 - 따뜻한 봄날, 아름다운 선율에 흠뻑
<공연> 김태훈의 듣다 - 따뜻한 봄날, 아름다운 선율에 흠뻑
  • 설태인 기자
  • 승인 2017.03.14 13:14
  • 호수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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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문화in 135

‘간단히 말해서, 음악이 없는 삶은 잘못된 삶이며, 피곤한 삶이며, 유배당한 삶이기도 하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렇게 단언했다. 그의 극단적인 음악 예찬에 온전히 동의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노래 하나쯤 마음에 품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평범한 우리네 일상도 훌륭한 노래 한 곡과 함께라면 특별한 날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우리, 일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이 선율들을 온전히 감상한 적은 없지 않은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오늘날의 음악은 지하철 출근길이나 잠이 오지 않는 밤을 함께하는 동료는 될지언정, 오로지 음악감상을 위한 시간을 따로 마련하는 이는 드물다.


이처럼 BGM으로서의 음악에 익숙한 이들에게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은 제안한다. 지금껏 배경음악에 불과했던 음악을 한 번쯤 최선을 다해 들어보자고. 그랬을 때 주변에 떠돌던 선율들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테니, 음악 듣는 태도를 재고해보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강진역 1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스트라디움은 음악 듣기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입장료 1만원을 내면 음악과 함께 비주얼을 감상할 수 있는 ‘사운드갤러리’나 무손실 음원을 집중 감상할 수 있는 ‘개인청음공간’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 공연장에는 나란히 놓인 의자와 피아노, 무엇보다 2억짜리 스피커가 마련돼 있으니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김태훈의 공연은 이곳에서 한 달에 두 번 열린다. 주제는 매번 바뀌기에 그는 새해 다짐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지나간 20세기를 추억하기도 한다. 기자가 공연을 찾은 지난달 25일은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기 하루 전, 이번에는 ‘아카데미 음악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첫째로 감상한 음악은 영화 <명랑한 이혼녀>의 OST ‘The Continental’. 그는 아카데미 음악상이 1935년 ‘제7회 아카데미 시상식’부터 시작됐으며 이 곡이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고 설명한다. 곧이어 빔프로젝터에 영화의 한 장면이 비치고, 노래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숨죽인 채 음악 속으로 빠져든다.


계속해서 그는 흑인배우의 전성기를 이끈 <샤프트>의 OST ‘Theme From Shaft’와 세계적인 팝가수 스티비 원더가 불러 화제가 된 <우먼 인 레드>의 OST ‘I Just Called to Say I Iove You’ 등을 재치있는 입담으로 소개한다.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한 <레옹>의 OST ‘The Shape of My Heart’를 들을 때는 익숙한 음악을 좋은 장비로 만나는 즐거움에 관해 얘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공연의 구성은 단순하다. 그가 공연마다 주제에 맞는 배경지식을 술술 풀어내면 관객은 고개를 끄덕이고 온 집중을 다해 음악을 듣기만 하면 된다.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선율을 감상하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오로지 관객의 몫, 김태훈은 그 과정을 도와줄 뿐이다.


카메라에 끼운 필터처럼 나를 둘러싼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보여주는 음악. 다가오는 봄날, 소리가 지닌 아름다움을 만끽하고픈 당신에게 아낌없이 추천한다. 스트라디움에서, 전석 2만원.

설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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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nos36@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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