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투룰의 나라 헝가리
1. 투룰의 나라 헝가리
  • 장두식(일반대학원) 초빙교수
  • 승인 2017.09.03 10:21
  • 호수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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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머저르(Magyar)족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주한 것은 역사적인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머저르족의 기원에 대해서는 스키타이인, 수메르인, 돌궐인, 훈족 등 많은 논의들이 있으나 구체적인 논거 없는 가설들이 대부분이다. 언어학적으로 머저르족은 핀-우구르어(우랄어) 계통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통설로 돼있다.

그런데 헝가리는 훈족(Huns)과 연결하여 많이 이야기된다. 헝가리(Hungary)가 훈족의 나라라는 의미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판노니아 평원과 트랜실바니아를 주 영토로 하고 있었던 어틸러(Attila) 대제의 훈제국과 헝가리는 역사상 등장한 시기가 다르다. 훈제국이 다민족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머저르족 또한 훈제국의 후손일 가능성이 있지만 확실하지가 않다. 9세기부터 유럽에서 활동을 시작한 머저르족의 가공할 무력에 공포를 느낀 게르만족이나 로마인들이 4세기 중반 유럽을 충격으로 몰고 간 훈제국과 연관하여 헝가리라는 나라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헝가리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를 머저르오르삭(Magyarorszg)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우리나라를 Korea가 아니라 대한민국, 한국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머저르족이나 훈족은 모두 아시아 계통의 민족이다. 신성한 새 투룰(Turul)이 등장하는 헝가리 건국신화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 세체니 다리 위 왕궁의 언덕

유목민의 딸 에메셰는 의책과 결혼하였는데 첫날밤에 전설의 새 투룰에게 안기는 체험을 하면서 꿈을 꿨다. 그 꿈은 에메셰의 자궁 속에서 큰 강물이 솟아났고 그 강물이 서쪽으로 흘러가다 멈춘 곳에 황금나무가 자라났는데 그 나무 주위에 새로운 나라가 세워진다는 내용이었다. 에메셰는 아들 알모시를 낳았는데 알모시는 헝가리 왕국을 건설한 지도자 아르파드의 아버지였다. 알모시는 꿈에서처럼 현재의 헝가리 땅으로 자신의 민족을 인도하여 왕국의 초석을 다졌다.

이 신화는 <삼국유사> 속 김유신의 여동생 보희와 문희의 설화와 유사하다. 보희는 자신의 오줌이 서라벌을 잠기게 만드는 민망한 꿈을 꾼다. 꿈 이야기를 들은 문희는 언니에게서 이 꿈을 사게 되는데 꿈의 예지 덕으로 후에 태종 무열왕의 왕비가 된다. 문희의 아들이 삼국통일을 완성한 문무대왕이다. 헝가리 건국과 삼국 통일이라는 국가 대업에 관한 설화 속에 모두 ‘신성한 오줌’ 모티프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황금나무는 핀란드와 헝가리 신화에 등장하는 우주나무(Yggdrasil)이다. 황금나무 아래 왕국을 건국한 것은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신단수 아래 신시를 열었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읽을 수 있다.

▲ 왕궁의 언덕의 투룰동상

부다페스트 왕궁의 언덕 위에는 투룰의 동상이 높이 솟아있다. 투룰 동상은 날카로운 발톱으로 어틸러 대제의 칼을 움켜쥐고 있다. 투룰은 돌궐계통의 신성한 동물이면서 동시에 어틸러 가문의 상징이기도 하다. 어틸라 대제는 로마와 버금가는 정복 제국을 창건했다. 머저르족은 투룰이 등장하는 헝가리 왕국의 기원 신화를 통하여 자신들이 어틸러를 계승하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몽골족의 기원신화 중의 하나인 부르테 치노(푸른 늑대)와 코아이 마랄(흰 암사슴) 신화가 돌궐계 신화를 수용한 것과 같은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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