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내가 22년 앞으로 왔구나.”
외치는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다시금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뭐, 문명의 첨단을 달리는군.”
‘천안’이란 지명은 처음 들어보지만, 외치는 이곳이라면 자신의 몸이 다 나을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다만 치료비가 문제였다. 시간여행을 도와주는 외계인에게 부탁했지만, 그는 일정 액수 이상은 줄 수 없다며 딱 잡아뗐다.
“22년 전 3만 달러였고, 그것도 검사만 한 거였으니, 여기서 치료를 다 받는다면 10만 달러는 되지 않을까?”
어떻게든 길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외치는 무작정 병원을 찾았다. ‘단국대병원’이란 간판이 크게 보였다. 외치를 보자 한 여성이 다가와 물었다.
“May I help you?”
외치가 웃으며 말했다.
“나 한국말 잘해요.”
여성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외치를 의사에게 소개해 줬다. 그는 자신을 정형외과 ‘박희곤’이라고 소개한 뒤 한국말을 어떻게 이렇게 잘하냐고 물었다.
“할머니가 한국 사람입니다.”
박희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외치의 무릎을 살폈다.
“평소 많이 아프셨겠어요. 이 정도면 수술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수술이 어려운 건 아니지만, 재활을 위해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했다.
“그 전에 다른 곳 이상이 없는지 검사를 좀 해봐야 합니다.”
외치는 메이요 클리닉에서 들은 말을 해줬다.
“아닌 게 아니라 제가 심장이 많이 안 좋다네요.”
박희곤은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그를 심장내과로 안내해 줬다. “
정말 그러네요. 심장으로 퍼지기 직전이라, 약으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심장이식 수술을 받는 게 좋겠네요.”
그 뒤 외치는 오랫동안 단국대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했다. 그간의 경과는 이랬다. 심장내과에서는 그를 흉부외과로 보냈다. 외치는 그곳에서 여러 검사를 한 뒤, 다시 정형외과로 보내졌다. 박희곤은 그의 무릎을 특수합금으로 된 인공관절로 바꿔줬다. 그 뒤 외치는 주기적인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심장을 기증할 이가 있는지 기다렸다. 마침내 연락이 왔고, 외치는 새로운 심장을 이식받았다. 그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외치는 묵묵히 참아냈다. 새로운 심장은 외치를 훨씬 활력이 넘치게 도와줬다. 3개월 후, 외치는 다시 박희곤 앞에 섰다.
“저, 선생님. 이 무릎은 앞으로 얼마나 쓸 수 있을까요?”
박희곤이 웃으며 말했다.
“외치님이 살아있는 동안은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요즘 100세 시대니, 50년은 너끈히 쓰겠네요.”
문제는 진료비였다. 외치는 안 되면 야반도주할 생각으로 간호사에게 진료비를 물었다. 간호사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심장이식에 무릎 수술, 입원비까지 해서 4,800만 원입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4천8백억이 아니라요?”
외계인이 돈을 몽땅 털어준 덕분에 외치는 당당히 퇴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살던 신석기시대로 돌아갔다. 외치는 그곳에서 50년을 더 살았다. 쌩쌩한 무릎으로 산과 들을 마음껏 오가면서 말이다. 40세만 살아도 장수 타이틀이 붙는 시대였기에, 신석기 사람들은 100세 가까이 산 외치를 ‘신’이라 불렀다. 의술의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