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개성을 찾아서
잃어버린 개성을 찾아서
  • 추헌지 기자
  • 승인 2020.11.10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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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커스텀 문화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난 기자는 모두의 흰 운동화, 비슷한 옷을 보며 개성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에 비슷한 옷과 무난한 흰 운동화를 신은 이도 여럿이었다. 이에 며칠 전 주문한 흰색 새 운동화가 배송된 날, 나만의 개성이 담긴 운동화를 제작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이미 신발장을 차지한 흰 운동화가 몇 켤레 더 있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갖춰진 상태였고, 여기에 나만의 개성을 담아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으로 바꿔내면 커스텀은 성공적일 것이다.

▲ 커스텀을 위한 재료
▲ 커스텀을 위한 재료

 

 

오늘만큼은 ‘나도 디자이너다’라는 생각을 하며 부푼 마음으로 몇 가지 재료를 사러 집을 나섰다. 가까운 문구점에 가서 재료들을 살펴보던 중 커스텀 전용 펜이 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포기하고 물에 녹지 않는 유성펜과 빠르게 마르는 아크릴 물감 몇 개 집어 설레는 발걸음으로 문구점을 나갔다. 

▲ 채색 전 테이핑과 스케치 과정
▲ 채색 전 테이핑과 스케치 과정

 

집에 돌아온 후 새로 산 재료와 운동화를 펼쳐놓고 성공을 기원하며 바로 커스텀을 시작했다. 먼저 커스텀 하지 않을 부분을 종이테이프로 감싸주고 방금 깎은 연필을 사용해 스케치했다. 신발의 울퉁불퉁한 면과 천 특성상 스케치가 쉽지 않아 당황했지만, 끝이 뭉툭한 연필로 바꿔 스케치하니 더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 스케치 후 완성된 모습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나만의 신발이 생기는 것에 기대감이 부풀어 빨리 채색 하고 싶었다. 막상 채색을 시작하려고 하니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웠지만, 실패해도 ‘나의 개성이 담긴 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거침없이 작업을 시작했다.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채색하면서 한 번에 선명한 색감이 올라가는 것을 기대했던 기자의 생각과는 달리 여러 번 덧발라 올려야 선명한 색감이 나타났다. 다행히 빨리 마르는 아크릴 특성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아크릴을 다 바르고 그 위에 유성펜을 이용해 낙서하듯 평소 좋아했던 문구나 단어 등을 넣었다. 온전히 나의 취향에 맞춰 완성된 운동화를 보며 뿌듯함이 느껴졌고, 이것이 커스텀 문화의 매력 아닐까 생각했다. 

▲ 하나뿐인 케이스를 위한 손놀림
▲ 하나뿐인 케이스를 위한 손놀림

 

개성이 담긴 운동화를 바라보다 보니 옆에 있던 핸드폰과 에어팟 케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또 한 번 창작열이 불타오른 기자는 자신감 있게 아크릴과 유성펜을 들어 커스텀을 시작했다. 처음 커스텀을 시작했을 때와 다르게 자신감 있는 붓 터치와 과감한 손놀림이 더해지니 자유분방한 커스텀의 매력이 더 커지는 듯했다. 

▲ 기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커스텀 결과물
▲ 기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커스텀 결과물

 

완성 후 커스텀 한 운동화를 신고 케이스를 낀 채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개성 있다는 친구들의 말과 어디서 구매했냐는 물음이 쏟아지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물건이라고 당당하게 답하는 내게서 어딘가 독보적인 개성이 뿜어나오는 듯한 즐거움을 느꼈다.


평범했던 운동화와 케이스라는 흰 도화지에 기자의 개성을 듬뿍 담아 그림을 그렸더니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졌다. 틀에 박힌 관념이나 남들과 다른 자신의 개성을 뽐내는 현재 청년들에게 커스텀 문화가 왜 유행하는지 알 수 있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것을 만드는 커스텀, 구하기 쉬운 재료로 남들과 다른 나만의 멋진 작품을 갖는 것은 그 과정과 결과 모두 꽤 짜릿하다.

추헌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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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n091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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