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정화하는 물냉면의 육수
영혼을 정화하는 물냉면의 육수
  • 전건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4.12.03 14:10
  • 호수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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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물냉면
투명하게 비치는 물냉면의 육수, 냉면은 추운 날 먹어야 제맛이다.
투명하게 비치는 물냉면의 육수, 냉면은 추운 날 먹어야 제맛이다.

좋은 음식은 인간의 영혼을 윤택하게 한다. 아무리 정신과 육체가 건강해도, 음식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 
좋은 음식은 어떻게 나오는가. 요리 솜씨가 중요하다. 식재료와 환경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생각해 보시라. 음식 만드는 음식 예술가가 씩씩 화를 내면서 음식을 만들면 맛이 좋겠는가. 살벌한 전쟁터에서 지어낸 밥이 맛나겠는가. 상갓집에서 먹는 밥이 맛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모든 것은 음식하는 사람의 인성과 맑고 감사한 기분, 긍정적인 마음, 좋은 환경에서 양육된 식재료가 필수적이다. 좋은 주방장은 훌륭한 음식 예술가이다. 훌륭한 음식 예술가의 온화하고 웃는 얼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즐거움을 선사한다.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요리하는 예술가의 손끝으로 반죽하고 요리한 음식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매사 심통이 가득하고 남 뒷담화하는 걸 취미처럼 툭툭 던지는 사람은 음식이 맛나더라도, 그걸 먹고 난 사람에게 즐겁지 않은 뒷맛을 남긴다. 그러므로 음식을 만드는 음식 예술가는 남을 씹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 남 흉보는 걸 삼가야 한다. 말은 씨앗이며, 반드시 본인을 감는 가시 달린 넝쿨 가시 식물이 되어 인생의 걸림돌이 된다.

 

아름다운 가을날 팔당댐 가는 별내신도시 대로변, 허기진 곡기를 채우기 위해 두리번거리다 문득 눈에 들어온 팔당냉면 간판을 보고 음식점 문을 밀쳤다. 쾌적한 실내 분위기. 산뜻한 인테리어. 그보다 빛나는 주인장의 따뜻한 얼굴 표정은 상투적인 음식점 사장의 손님맞이 이상으로 느껴졌다. 

 

팔당냉면의 대표메뉴인 시원한 물냉면에 불고기를 시켜 주인장이 직접 담은 김치와 곁들여 보았다. 담백한 육수, 깊게 우러나는 감칠맛, 백년가게의 향기롭고 담백한 요리의 진수가 입안 가득 퍼진다. 신선한 당일 배송으로 최고의 식재료를 정성으로 조리해 손님에게 내놓은 진실 무구한 그녀의 불고기 요리, 철판 쭈꾸미, 맛난 김치, 음식으로 구현하는 최상의 예술이 아닐까. 팔당 가는 길, 별내신도시 팔당냉면은 꼭 들러야 할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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