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을 활용한 이기주의
애국심을 활용한 이기주의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8.07.22 01:44
  • 호수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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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브라운아이즈의 ‘너 때문에’라는 노래가 한창 유행을 타고 있다. 윤건과 나얼의 애절한 목소리가 ‘너 땜에 행복했는데…’ 이제는 ‘너 땜에 울잖아’라며 듣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한다.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던 개개인의 연애 경험에 대중적 공감대가 형성된 모습이다. “딱 내 이야기”라며 라디오에 ‘너 때문에’를 신청하는 사연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사람의 감정이 쉽게 변하는 것이 보기 좋은 일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대중이 ‘너 때문에’의 가사에 감정이입하며 “딱 내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연인에 대한 감정도 손바닥 뒤집듯 쉽게 변한다는 얘기다. 혹자는 사람들이 결혼하는 이유를 ‘사랑해서’가 아닌 ‘못 믿어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쉽게 변하는 상대방의 감정을 믿을 수 없어서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혼인을 공표하고 구속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어쨌든 사람의 감정은 쉽게 변한다.

△대중가요 노랫말을 만드는 작사가보다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읽고 활용하는 부류는 ‘정치인’이다. 원활한 국정 수행을 하기 위해서, 또는 선거철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서 대중의 마음을 사야하기 때문이다. 매스컴을 통해 전달되는 정치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과연 ‘국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개인의 정치 생명을 위해서인지’ 의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건드릴 때마다 국민 감정을 앞세워 포퓰리즘적 임기응변으로 사태를 봉합해 왔던 정치인들을 의심하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쉽게 변하는 사람의 마음을 ‘한방에’ 살 수 있는 노랫말 같은 말들을 동원해 독도를 활용(?)해왔던 정치인들을 지금까지 수없이 봤다. 일본이 장기간에 걸쳐 독도를 자국 영토화 하기 위해 계획했다는 보도를 접하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말하는 애국은 ‘한 표 얻기 위한 이기심’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번에도 독도 문제를 감정적으로 처리하면 당장은 ‘너 땜에 행복’할지 몰라도, 언젠가는 국제 사법재판소에서 ‘너 땜에 울’날이 올지도 모른다.

박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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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ar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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