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반한감정
중국인의 반한감정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8.09.09 19:14
  • 호수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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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참을성이 아주 많아야 할 거야. 처음에는 나와 거리를 두고 그렇게 풀 위에 앉아 있으면 돼. 내가 곁눈으로 너를 보더라도, 내게 말을 시켜서는 안 돼. 말이란 항상 오해를 낳으니까. 그러나 넌 매일매일 아주 조금씩 나에게 다가와 앉게 될 거야.” “네 장미를 그렇게 소중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네가 장미를 위해 정성들여 쏟은 시간이야.” 『어린왕자』中

◇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관계맺음인 것 같다. 호감 간다고 쉽게 마음을 주면, 그만큼 쉽게 실망을 하게 되는 게 관계맺음이다. 그래서 늘 관계 맺기를 할 땐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알려준 관계 맺기의 ‘비밀’을 곱씹는다. 상대방이 좋으면 좋을수록 참고 또 참는다. 곁눈으로 보다가 조금씩 다가가는 ‘정성어린 시간’을 쏟는다. 큰 기대가 부르는 실망이 두려워서다.

◇ 1년 전 중국인 친구를 사귄 적이 있다. 중국에서 본 한국 드라마가 좋아서 유학 대상 국가를 한국으로 선택한 친구였다. 이른바 ‘한류열풍’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기대가 컸던, 대부분의 다른 유학생들과 비슷한 평범한 중국인이었다. “드라마에서 본 한국과 실제의 한국이 너무 달라서 실망했다”는 이 친구의 말이, 중국 내 반한감정이 일고 있는 요즘 자주 떠오른다. 여우가 말했던 ‘시나브로의 관계맺음’과는 정 반대로, 우리는 드라마 몇 편으로 너무 쉽게 중국인의 ‘기대’를 사는 관계맺음을 하고 있었다.

◇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 미워하는 감정은 오히려 기대가 없었을 때 보다 쉽게 생긴다. 티벳 사태와 중국의 대지진, 그리고 올림픽 등을 겪으며 한국이 중국에 보인 반응이 반한감정을 샀다는 분석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장미를 위해 정성들여 쏟은 시간’은 없이 한류열풍을 활용해 쉽게 한국을 알리려고 했던 쉬운 관계맺음이 반한감정의 주요 원인이었을 것이다.

◇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드라마나 음악을 통해 ‘호감’을 샀다면, 한국을 통해 학문적 문화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감정이 들 만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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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ar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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