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 참여의식의 부족
아웃사이더 - 참여의식의 부족
  • 단대신문
  • 승인 2010.03.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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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묵처방


정윤화 (식품영양) 평생교육원장

아웃사이더 - 참여의식의 부족

팔십 년대 초 내가 대학생일 때는 과모임이 많았지만, 빠지지 않고 꼭 참석하는 분위기였다. 휴대전화, 이메일 등 딱히 연락할 수단도 없었지만, 그저 잘 모였다. 요즘의 번개 같은 모임도 자주 있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과목을 중고등학교 수업처럼 함께 수강했기 때문에 연락이 잘 되었을 것이다. 보고 싶은 친구를 찾으려고 도서관도 기웃 거리고, 없으면 당구장, 탁구장, 다방 등을 다니면서 찾기도 했다. MT에 빠지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요즈음 나는 학생들이 MT 간다 하면 수업시간에 꼭 학생들에게 협박(?)을 한다. 참석하지 않으면 성적에 반영하겠다고 (물론 그렇게 하지도 않고 학생들도 믿지도 않겠지만). 과 MT, 개강총회 등 과 모임에 가보면 참여율이 저조하다. 1,2 학년이 주로 참석하고 3, 4 학년은 참석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MT 때문에 학생들의 휴강 요청에 응해주면, 전원이 꼭 참석해야한다는 조건을 단다. 하지만 MT에 참석해 보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우리학교 식품영양학과 1회 졸업생들은 아저씨 아줌마가 된 요즈음에도 옛 향수를 느끼고 즐기며 대학시절 다녔던 장소에 가끔 MT를 다녀온다고 한다.

놀랄 일은 같은 학과에 다니면서도 서로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같은 과 같은 학년인데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그룹만을 알고 지내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름도 모르고 지내는 학생들도 있다. 예전에 교양 과목 시험 문제에 담당교수 이름이 무엇인지 묻는 문제를 출제한 적이 있다. 내 이름을 아는지 알아보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저 보너스 문제라고  생각하였는데, 의외로 틀리는 학생 들이 있었다.

아웃사이더(outsider)라는 말은 우리말이 아닌 외국어로서 사전에는 ‘사회의 기성 틀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사상을 지니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다. 내 대학 생활과 현재 학생들의 대학생활을 비교해 보면 대학생 중에도 아웃사이더가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 선배로서 또한 교수로서 아쉬움이 크다.

사회 환경이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 내가 대학 재학 때는 학과 조교나 친구들한테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쫓아 다녀야 했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학교생활에 불편한 점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 인터넷에 접속하면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길거리에서라도 휴대전화로 학교로 전화해 보면 된다.

통신의 발달로 직접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예전에는 어린 아이들이 밖에서 친구들과 많이 놀았다. 친구들과 그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이 집에서 나오지 않는다. 공부를 해야 하는 것도 이유가 되지만, 집안에 있어도 재미있게 혼자 놀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직접 상대 하지 않아도 온라인 상에서 미지의 상대와도 게임도 할 수 있고, 인터넷에서 음악과 영화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어릴 때의 습성이 대학에 와서도 계속 연결되어 아웃사이더가 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혼자 남의 구속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지내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보기 싫은 선배, 후배, 친구가 참석하는 모임에 굳이 갈 이유가 없다. 나 혼자도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그저 수업에만 빠지지 않고 참석하면 학교생활 하는 데에 큰 지장이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한다. 혼자만 살 수 없다는 뜻이다. 사람을 대하다 보면 차라리 보지 말아야 할 사람도 있다. 또한 참여하기 싫은 모임도 있다. 그러나 인생을 살다 보면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이 많이 생긴다. 그리고 지나고 나면 그 나름대로 우리에게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한다.

현장에서 공연을 보면서 음악을 감상할 때와 음반으로 음악을 감상할 때 많은 차이를 느끼게 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발달된 통신 수단으로 커뮤케이션 하는 것 보다 직접 얼굴을 대하고 마주 앉아서 차 한 잔이라도 마시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참여의식은 사회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덕목이며,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실제 사회는 학교와는 다르며, 참여 없이 아웃사이더로서는 적응하기 힘들다.

보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함께하는 삶과 혼자만의 자유를 누리는 아웃사이더의 삶 중 어떤 것이 더 나을까?
한 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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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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