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학사 제도 개편에 대한 몇 가지 생각
[백묵처방] 학사 제도 개편에 대한 몇 가지 생각
  • 배개화(교양기초교육원) 교수
  • 승인 2012.11.15 14:12
  • 호수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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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중순 연구실에 있던 나는 단대신문 기자의 방문을 받았다. 그 기자는 학사 제도 개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듣기 위해서 왔으나, 대화를 하다 보니 내가 학생의 생각을 청취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자 한 명이 우리 대학 학생을 대표한다고는 볼 수 없으나, 기자란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 기관이기 때문에 그녀의 생각은 2013 학사 제도 개편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반영한다고 판단된다.  

2013년 학사 제도의 가장 큰 변화는 교양 과목이 현행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변경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단대신문에 나온 것처럼 교양을 핵심학문으로 강화하려면 3학점으로 변경하여야 한다는 외부 컨설팅의 권고 때문이다. 수업을 3시간으로 운영하다보면 수업 내용이 양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와 함께 좀 더 깊이 있는 학습을 할 수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수업 시간을 75분제로 운영하게 되면, 나의 경험 상 2시간짜리 수업을 2개 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런데 기자는 교양을 3시간으로 늘이는 것이 학생들의 학점 취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였다. 즉, 현재 학생들이 한 한기에 이수할 수 있는 최대 학점은 19학점인데 3시간제로 운영하게 되면 실제로는 18학점을 이수할 수 있기 때문에 1학점의 손실이 생긴다는 것이다. 한 보직 교수님의 말에 의하면 1학점 당 약 20만 원 정도라고 하니 그 금액만큼 손실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교양 과목의 수가 축소되어 쉽게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과목들이 주는 것이 불만이라고 한다. 교양 취득 학점의 확대 없이 교양을 3학점제로 변경하게 되면 교양 과목수가 줄게 되고 이는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춘다. 반면에, 글로벌 영어처럼 수업 부담이 큰 교양은 강화되기 때문에, 실제 수업 부담은 점점 커진다는 것이 불만의 내용이었다.  

세 번째는 내가 담당하고 있는 ‘말하기 기초’와 ‘글쓰기 기초’가 <사고와 표현>으로 통합되어, 결과적으로 ‘말하기’ 연습을 할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었다. 실제로 ‘사고와 표현’은 학생들의 사고 능력 및 읽고 쓰는 능력의 향상에 초점을 두는 쪽으로 준비 중이기 때문에 기자의 지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이런 지적은 <사고와 표현>을 준비하는 주체이면서도 말하기 축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내가 다시 한 번 생각할 계기가 되었다.

기자가 제기한 불만의 대부분은 교양 과목이 3학점으로 바뀌는 것으로 인해 생기는 변동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나는 학생 기자에 동의하면서도 교양 과목을 ‘쉽게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과목’으로 보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이러한 발언에서 교양을 보는 정책 결정자들의 관점과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현재 학교는 학사 개편의 이유를 ‘전공의 강화와 교양교육의 질적 향상’과 ‘취업과 교양교육의 질적 향상’으로 했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영어의 경우처럼) 교양을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도구 과목’이나 ‘총 학점을 채우기 위한 잉여 과목’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학생들의 생각도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최근 단대신문 웹사이트에서 한 한국현대문학 담당 원로 교수님이 ‘북 콘서트’를 연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취지는 전문가가 아닌 대중들을 위한 강연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교양의 핵심이 전문 지식의 대중화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또한 교양은 최근 유행하는 학문 간 통섭을 실현할 수 있는 과목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교양은 전문 지식들을 융합하여 대중화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서 종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교양인을 양성하는 것이다. 이것의 성공적 실행은 일부 핵심 교양 담당 교원이 아닌 전공 교수들의 참여와 역량에 달려있다. 

현재 교양 개편은 학사 개편의 핵심이자 학생들이 불만을 느끼는 원천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생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 문제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 사이의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 학내 주체들의 진지한 고민과 서로간의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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