敎育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敎育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 권용우<명예교수‧법학>
  • 승인 2013.02.23 15: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敎育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권 용 우

<명예교수 ‧ 법학>

      작년 이맘때에는 서울시 곽노현 교육감의 ‘막장 인사(人事)’로 세상이 시끌시끌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귀에 선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충남도 교육청의 장학사 선발시험 비리와 관련, 김종성 교육감이 경찰의 조사를 받고 관사(官舍)로 돌아와 음독,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直選制 이후 ‘검은 去來’ 급증

       사실은 이러하다. 지난 19일, 김 교육감은 장학사 시험문제 유출을 지시한 혐의로 충남경찰청에 2차 소환조사를 받고, 귀가하여 음독한 것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김 교육감은 충남도 교육청 장학사들이 돈을 받고 장학사 선발시험 문제를 유출한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돼 수사를 받아 왔다(동아일보 2013. 2. 20, 「사설」). 그런데, 경찰 조사에서 김 교육감은 “문제 유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그러면, 왜 음독했을까? 또, 대포폰(타인명의로 된 휴대전화)은 왜 사용했을까? 그러나, 경찰의 조사를 더 지켜 볼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충남도 교육감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후보 단일화를 위한 사후뇌물죄로 유죄가 확정, 교육감직을 잃고 현재 복역 중에 있으며, 장만채 전남도 교육감은 교육감 후보시절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1심 재판 중에 있다. 이 밖에도 나근형 인천시 교육감, 고영진 경남도 교육감도 각각 인사평가자료 조작과 특정인사 근무순위 조작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동아일보 2013. 2. 20, A15면).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과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은 특정인 부당승진에 개입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되었다(동아일보 2013. 2. 20, 「사설」).

      선거 부정, 정치자금 수수, 인사평가 조작, 장학사 시험 부정. 민선 교육감들의 불법 ‧ 탈법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또, 충남도 교육청의 경우는 어떠한가. 2000년 이후 취임한 교육감 2명이 모두 인사비리로 그 직에서 물러났다. 강복한 교육감은 뇌물을 받고 특정 사무관 승진 대상자에게 높은 점수를 주라고 지시했다가 2003년 그 직에서 물러났으며, 그 후임인 오제직 교육감은 교직원에게 선거 개입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2008년 사퇴하였다.

       왜, 이런 일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일까? ‘교육 대통령’이라 불릴 만큼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비대한 인사권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교육감은 전국 1만1,000여개의 초 ‧ 중 ‧ 고교와 740만여명의 학생을 교육하고, 40만여명의 교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한다.

      또, 교육감의 비리는 교육감선거가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뀐 탓도 한 몫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번 선거를 치르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를 충당하기 위해 금품수수의 비리가 싹을 티운다는 것이다. 이번 충남도 교육청 비리도 내년 교육감 선거를 위한 자금 마련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동아일보 2013. 2. 20, 「사설」). 뿐만이 아니다. 선거가 끝난 뒤에 논공행상(論功行賞)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을 지역주민들의 투표로 직접 뽑겠다는 취지의 ‘직선제’가 도리어 부정을 부추기고 있단 말인가?

      敎育은 國家의 發展을 가늠하는 잣대인데

      교육은 국가의 발전과 퇴보를 가늠하는 잣대이다.” 이는 미국의 사회학자 다니엘 벨(Daniel Bell : 1919~2011)의 말이다.

      그런데,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초 ‧ 중 ‧ 고교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지역교육의 수장(首長)인 교육감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되어 있으니, 우리 교육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문득, 미국의 생화학자(生化學者) 폴 보이어(Paul D. Boyer : 1918~ ?)가 남긴 “서툰 의사(醫師)는 한 번에 한 사람을 해치지만, 서툰 교사(敎師)는 백삼십 명을 해친다”는 말이 머리를 스친다.

       돈에 정신을 팔고 있는 교육감의 눈에 학생들이 보이기나 하겠는가. 우리 속담에 “젯(祭)밥에만 정신 쏟는다”는 말이 있다. 제사(祭祀)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제사 음식에만 정신을 팔고 있다는 말이다.

      이 속담은 ‘비리(非理) 교육감’을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린다. 아이들의 교육에는 뜻이 없고, 돈 챙기기에 온통 정신을 쏟고 있으니 말이다.

      교육은 사랑이다. 교사는 목자(牧者)이다. 한 마리의 양(羊) 조차 길을 잃지 않게 보살펴야 한다. 교사는 사랑을 통해서 사제동행(師弟同行)하면서 아이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어야 한다.

      감수성(感受性)이 예민한 유소년(幼少年) 시절에 좋은 스승을 만나서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복된 일이다. 훌륭한 어버이 밑에서 자라고 훌륭한 벗과 사귀면서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면 이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Platon)은 소크라테스(Socrates)를 스승으로 모시고, 아테네 교외에 있는 아카데모스 숲 속을 거닐면서 지혜(sophia)를 사랑(philos)하는 정신을 배웠다. 그래서,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를 스승으로 모실 수 있었던 것을 자기 일생의 가장 큰 축복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플라톤은 “내가 받은 교육이 나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 BC. 384~322)가 남긴 “국가의 운명은 청년교육에 달려 있다”는 명언(名言)을 떠올리면서, 우리의 교육현장에서도 인격의 감화를 줄 수 있는 훌륭한 스승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권용우<명예교수‧법학>
권용우<명예교수‧법학>

 dknew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