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도 지킴이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 독도 지킴이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3.03.12 11:46
  • 호수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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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 무슨 일이 생기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호사카 유지 독도종합연구소장이다. 57년의 생애 중 32년을 일본에서 살았고, 이후 25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그는 “일본이 너무 얄밉다”고 말하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다. 지난 8일 독도 전문가 호사카 유지 교수를 만나 독도 문제와 한일관계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대학시절 접한 명성황후 시해기록으로 맺은 한국과의 인연
후반전 접어든 독도전, 한국이 최종 승리할 것 
 




" 한국사를 아무리 공부해도 왜 한국인이 일본에 반감을 가지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심리가 알고 싶어 한국인이 됐다. 그리고 이제 나도 일본이 싫다. "




호사카 유지 교수 약력

- 1956년 일본 도쿄 출생
- 일본 도쿄대학교 금속공학과 졸업
-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 2003년 한국 귀화
- 現 세종대 교수, 독도종합연구소장


▲학창시절 이야기부터 듣고 싶다. 도쿄대에 입학할 정도면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을 것 같다.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렌즈 회사를 경영하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금송공학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학창 시절에는 역사와 철학 공부를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이에 맞지 않게 생각이 깊었던 것 같기도 하다. 도쿄대는 1년 재수해서 들어갔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 때문이었다.

▲한국으로 유학 온 계기가 색다르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알게 돼서라고….
명성황후 시해사건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지금은 일본 정부가 교과서를 왜곡하지만 1970년대 당시만 해도 한국에 대한 내용 자체를 교과서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다. 무관심에 가까웠다. 대학교 3학년 때 어떤 책에 소개된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알게 돼 굉장히 놀랐다. 일본의 한국 지배 사실만 알았을 뿐, 통치 내용을 알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내 주위 일본인들은 모두 평범했다. 다른 나라를 침략할 것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일제시대에는 그렇게 잔인하게 침략했는지 일본인으로서 당연히 알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 대한 연구를 할 수는 있지만 한국어를 못하면 확실한 한국인의 생각을 알 수 없기에 언젠가 한국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졸업한지 8년 정도 후에 한국에 오게 됐다.

▲2003년에는 한국으로 귀화했다. 한국 거주 15년 만에 귀화를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아주 직접적인 이유는 한국에서 석·박사과정을 밟았기 때문이다. 전공은 정치외교지만 일제시대, 특히 일본이 조선, 대만, 만주에 펼친 정책을 연구했다. 연구를 위해서는 자료가 굉장히 중요한데, 일본에서는 일본 정책에 관한 자료는 열람을 안 시키는 경우가 많다. 한편 한국에는 국립중앙도서관, 서울대 도서관, 전동교회 등에 자료가 남아있다. 연구를 계속 하려면 자료가 있는 한국에서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생각해 이곳에 계속 남을 수 있는 방법은 한국인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기본적으로 한국이라는 나라를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일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에 귀화를 신청했고, 2003년 허가가 났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귀화를 한 후에 형제들에게만 알렸다. 처음에는 반대가 있었지만, 사정을 듣고는 이해해줬다. 하지만, 형제들이 부모님께는 절대 비밀로 하라고 부탁했다. 1년 후에 겨우 부모님께 한국 시민권을 얻었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착잡한 표정으로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반대한다는 말은 안 하셨지만, 서운해 하시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호사카 유지’라는 이름을 유지하는 이유가 있나.
처음에 호씨로 한국 이름을 만들었는데, 직원이 호씨는 중국 성이라고 하더라. 오해받는 것은 싫다고 말했더니, 그냥 원래 이름을 쓰라고 해서 이름 그대로 귀화하게 됐다. 원래는 귀화 후에 가정법원에 신청해 한국이름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지인들에게 말했더니 거의 다 반대했다. 지금 독도 문제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으니 오히려 전략적으로 일본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었다. 세계에 일본 이름을 가진 한국인이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임팩트가 있다고 하더라. 전략이니까 독도 문제가 끝나야 한국 이름으로 바꿀 수 있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웃음)

▲한국에 산지 25년, 기자보다도 오래 살았다. 한국인 다 됐다고 느낄 때가 있다면.
귀화 전에는 일본의 도발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감정적이라고 생각했다. 불리해지는데 왜 그러는지 이해를 못 했다. 그런데 귀화 후에 완벽히 이해했다. 사실 귀화를 할 때 이런 점을 염두에 두기도 했다. 귀화하고 6개월 후에 왜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정부에 불만이 많은지, 재벌들에게 반감을 가지는지 다 이해하게 됐다. (웃음) 또, 일본인이 뭐라고 하면 금방 화가 나는 성미도 이해했다. 나도 화가 나기 때문이다. 사실 이유는 단순하다. 일본이 계속 침략해 놓고 완전한 사과도, 배상도 안 한 채 또 이상한 소리나 하니 짜증난다는 것이다. 15년간 한국에서 일본인으로 살 때는 몰랐는데, 귀화를 하니 이 마음이 십분 이해되더라.

▲독도를 위해 일하다 보면 테러 위협도 받을 것 같다.
기밀이라 많은 사실을 말하지는 못하지만, 확실히 위협이 있다. 그래서 수상한 인물이 입국하면 수사기관의 보고를 받고 있고, 내가 요청하면 즉각 보호를 해주게 돼있다. 내 일정을 아는 사람도 한 명밖에 없다. 예를 들어 독도학교에 강연을 갔다고 하더라도, 되도록 모든 일정이 끝나고 그 사실을 공개한다.

▲독도종합연구소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주로 독도 연구와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독도 문제가 일어났을 때 요청에 따라 한국 정부에게 조언을 하기도 한다. 올해부터는 일본을 상대로 한 홍보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일본은 세계에 엄청난 홍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이기려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해외홍보는 잘 이뤄지고 있나.
예전보다 나아졌다. 영상물과 인터넷 사이트 만드는 것도 좋지만, 그것은 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한국의 주요 인물들이 영향력 있는 해외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일본 논리가 허구라는 것을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독도에 관심이 있는 일본인들은 해외 인물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들의 논리를 얘기한다.
그 논리라는 것은 단순하기 때문에 우리가 얼마든지 깰 수가 있다. 독도를 자기 땅으로 만들기 위해 도발하는 ‘도전자’인 일본인들에 맞서 독도를 지키려는 ‘챔피언’으로서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

▲일본의 논리에는 어떻게 반박해야 하나. 일본은“에도시기 초기에 막부 면허를 받아 독도를 이용했고 17세기 중반에 독도를 이용했다”고 주장하는데….
1620년대 일본 어민들이 막부로부터 울릉도에 건너갈 수 있는 도해 면허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당시 도해 면허는 외국에 가는 것을 허락하는 용도였다. 울릉도가 외국이었다는 뜻이다.
또 당시 일본은 독도를 울릉도에 딸린 섬으로 보았다는 기록이 다수 발견됐다. 일본은 17세기 중반 독도 영유권을 가졌다는 근거로 1667년 간행된 지방 문헌 ‘은주시청합기’를 든다. 그러나 2000년대 초 이케우치 사토시 나고야대 교수가 당시 일본인들이 울릉도와 독도를 일본 밖의 땅으로 여겼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일본에서 아무도 이 연구에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논리적으로 일본의 주장을 정확히 반박하는 작업이 기초가 돼야 한다. 논리로 120% 이겨야 일본이 아무 말도 못한다. 일본의 현 상황에 대한 연구 분석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센카쿠 열도와 쿠릴 열도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일본이 뭔가 행동으로 옮겨 올 때 우리도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미리 시나리오가 만들어져 있어야 즉각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일본도 그렇지만,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내용도 정말 필요하다. 아직까지 미국은 한 번도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발언하지 않았다. 센카쿠열도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이지만, 독도에 대해서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데, 사실 이 부분이 아직 충분하다고 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들이 그 논리와 증거를 계속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현재는 일본의 논리를 95% 극복했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새롭게 출범했다. 한일관계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이 역사를 직시해야 미래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역사를 직시하라는 말에는 위안부 문제나 독도 문제가 다 포함돼 있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항상 처음에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말하고, 그러다 일본에게 당하면 반일로 돌아섰다. 이번에는 제대로 출발한 것이다. 이것을 지켜야 한다. 도중에 변하면 안 된다. 일본이 지금 잠잠해진 것은 다가올 7월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주변국들을 자극시키면 중국의 일제 불매운동처럼 경제에 타격을 받게 되고, 표심을 잃게 되니 잠자코 있는 것이다. 아직 행동할 필요는 없으나 메시지를 보내면서 계속해서 일본을 견제해야 한다.

▲대학생들은 독도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이 SNS로 홍보하는 것이다. SNS로는 시위를 할 필요도 없고 편하게 홍보할 수 있다. 요즘 다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하지 않나. 우리 같은 전문가들이 기본적인 콘텐츠를 만들면 여러분은 다운받아서 여러 곳에 공유하기만 하면 된다. 영어나 일본어로 자료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세계에 퍼뜨리면 더욱 좋다. 사실 지금 계속 이 작업을 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연구소 홈페이지를 만들어 무료 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다.

김예은 기자 eskye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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