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성달성 22.정력에 관하여
알성달성 22.정력에 관하여
  • 서 민(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3.03.13 18:27
  • 호수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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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 왜 이러는거죠?

남자들은 쓸데없는 경쟁을 좋아한다. 어릴 적엔 소변을 누가 더 멀리 싸는지 시합을 하고, 20대가 되면 누가 더 술을 많이 마시는지 겨루며, 목욕탕에선 성기 길이를 비교하며 쓸데없이 좌절한다. 이런 것들이야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쳐도, 다음 대목에 이르면 대체 이들이 왜 이러는지 의아해진다.

남자 A: 어제 술 마시다 새벽 2시에 들어갔어.
남자 B: 흥, 난 집에 가니까 세시가 넘었더라.
남자 C: 다들 조용히 해. 난 어제 집에 가니까 신문이 와 있더라.

이런 게 남자들의 속성인지라 그들이 정력에 목을 매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사실 남자들은 섹스 능력에 집착해도 너무 집착하는데, 다른 건 다 뒤지더라도 정력만큼은 지고 싶지 않아한다. 정작 여자들은 남자의 정력을 그다지 따지지 않으며, “초 단위만 아니면 만족하겠다”고 아무리 말해도, 남자들은 정력에 대한 갈망을 멈추지 않는다. 왜? 남자에게 정력이란 여자를 위한 게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거니까. 남자들이 관계를 맺고 난 후 항상 “좋았냐?”고 여자한테 물어보는 건, 여자를 배려해주는 차원이 아니라 자신의 정력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걸 확인받고 싶어서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가 거짓말로라도 “대단하던데?”라고 하면 세상을 얻은 듯 기뻐하며, 다른 친구들한테-물론 남자다-자랑하기 바쁘다. 예컨대 이런 식. “누구랑 잤는데, 그 여자가 아주 나한테 뻑 가더라. 어찌나 칭찬을 하는지.”

아닌 게 아니라 정력이 가장 좋을 때인 이십대 남자들은 술집에 모여앉아 주로 정력 얘기를 하며 시간을 때운다. 물론 술집에서 벌어지는 정력 논쟁은 결코 승부가 나지 않는 게임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각자 다른 여자를 사귀는지라 자기들이 하는 말 말고는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까. 설사 자신이 몇 초 만에 사정하는 치명적 약점이 있어도 어차피 남자끼리는 모르는 일, 그걸 곧이곧대로 얘기해 웃음거리가 되고픈 남자는 없다. 정력을 제대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같은 여자랑 자는 방법이 있지만, 남자들은 그런 경우를 두려워한다. 말로 비교하는 것만 좋아할 뿐, 자기 정력의 실체가 그대로 드러나는 건 재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자기와 사귀다 헤어진 여자가 자기 친구를 사귀면 불같이 화를 내기 일쑤다. 그게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여자가 걸레니 어쩌니 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다 정력을 들킬까 두려워서다.

남자들 사이에서 오래된 궁금증이 있다. 대체 정력의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것. 한번을 하더라도 여자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하는 게 정력이 좋은 것일까 아니면 시간은 좀 짧더라도 자주 하는 게 좋은 건지는 오랜 세월 동안 남자들 간의 논란거리였다. 개인적으로는 시간보다 빈도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지속시간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몇 초 단위가 아니라면 무조건 오래 한다고 좋은 건 아니다. 일정 시간을 넘기면서 여자에게 고통이 찾아오기 때문. 참고로 조정래의 <태백산맥>에는 정력의 상징인 하대치라는 빨치산이 등장한다. 그는 정보를 캐기 위해 술집 주모를 유혹하는데, 알아낼 걸 다 알아낸 후 주모와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마지막 선물이란 의미로 주모와 뜨거운 밤을 보낸다. 하대치가 아홉 번째 정사를 마쳤을 때 새벽닭이 울렸다고 하니, 하대치야말로 정력의 상징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이 하대치도 여자들에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옥스퍼드를 나온 싱가포르의 포르노 배우 애너벨 청은 10시간 동안 251명의 남성과 릴레이 섹스를 벌여 세상을 놀라게 했는데, 이 애너벨 청이 보기엔 기껏해야 몇 분짜리 정력을 가지고 네가 세니, 내가 세니 하고 아웅다웅하는 남자들의 행태가 어이없게 보일 거다. 그러니 남자들이여, 여자들한테 정력으로 들이대지 말자. 여자를 만족시킬 방법은 정력 말고도 많으니까.  

서 민(기생충학) 교수

서 민(의과대학) 교수
서 민(의과대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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