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환자에게 평온한 죽음을
‘모르핀’은 수많은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의 고통을 완화하며 죽어가는 군인들을 구해냈다. 19세기에 설사, 이질, 콜레라 등 숱한 전염병에서 목숨을 구한 전염병 특효약으로도 큰 위력을 발휘하였다. 그런데 이 강력한 효과를 자랑하는 ‘모르핀’은 지속 사용 시 의식불명, 구토, 발한, 발열, 변비, 호흡억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며 무엇보다도 치명적인 것은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힘든 중독성이다. 만약 임산부가 ‘모르핀’ 중독이었으면 출산 후 신생아에게도 유사한 금단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모르핀’은 마약이다. 마약중독자들이나 사용하는 무서운 약임을 알고 있고, 평소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금기사항이다. 그러나 잘 지키면 어떤 약보다 안전하다. 우리는 ‘모르핀’에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정확한 지식도 가져야한다. ‘모르핀’은 천연물질 중에서 진통작용이 가장 강해서, 통증을 없애주고 깊은 잠에 빠지게 하며, 또한 진정작용(鎭靜作用)도 있어서 외상성 쇼크, 내출혈, 울혈성심부전(鬱血性心不全)과 무기력 상태에서 몸이 탈진되지 않게 해준다. 담석증(膽石症), 신장결석(腎臟結石), 전이암(轉移癌) 등과 같은 다른 진통제로 듣지 않는 질환에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참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의사들이 웬만하면 마약이라는 ‘모르핀’ 처방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환자에 따라 다르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와 계약 결혼한 여성 철학자 ‘시몬느 드 보부아르’가 말한 것처럼 통증을 느끼면서 죽어가는 ‘인간의 죽음’은 표현대로 ‘정당화할 수 없는 폭력’이다. 장기를 파먹는 반역세포가 온몸에 전이된 말기 암환자가 ‘모르핀’ 덕분에 고통 없이 마지막까지 살아갈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큰 신의 선물이 어디에 있겠는가. 약이란 쓸수록 부작용이 커져서 용량이 제한돼 있다. 그런데 모르핀은 아무리 써도 통증에 대한 약효가 줄지 않는다. 신이 우리에게 아프지 말고 죽을 수 있도록, 특별히 내린 최고의 선물이다. 2009년 통계를 보면 선진국에 속한 세계인구의 17%가 전 세계 의료용 모르핀의 93%을 소비한 반면 세계인구 83%가 사는 중하위권 국가가 7%의 모르핀을 나누어 사용하였다. 부자나라 환자들이 고통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모르핀은 그렇게 비싸지 않다. 한 앰플에 250원도 채 안 된다.
‘앵속’의 아름다움이 양귀비의 아름다움에 비길 만큼 아름답다고만 해서 ‘양귀비’의 호칭을 붙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때론 지나친 편견이 무지보다 못한 경우도 있다.
이철태(화학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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