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에는 ‘스승의 날’에 스승이 없다
단원고에는 ‘스승의 날’에 스승이 없다
  • 권용우
  • 승인 2014.05.1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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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에는 ‘스승의 날’에 스승이 없다

 

권용우

(명예교수 ․ 법학)

 

5월 15일, 이 날은 ‘스승의 날’이다. 이 날은 1958년에 충남 강경고등학교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병환 중에 계시거나 퇴직하신 은사님들을 위문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1963년 청소년적십자 충남협의회가 5월 26일을 ‘은사의 날’로 정하여 충청남도내의 행사로 치루어왔는데, 1964년에는 이 날을 ‘스승의 날’로 변경하였다. 그런데, 1965년부터는 세종대왕(世宗大王)의 탄신일인 5월 15일로 변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하여, 스승을 임금에 버금가는 귀한 존재로 여겨왔다. 따라서, 제자가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7척(尺)의 거리를 두고 걸어야 한다는 규율이 엄격하였다. 그리고, 천하의 영재(英才)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인생삼락(人生三樂) 중의 하나라 하여 교직(敎職)을 신성시하였다. 교직은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인생의 바른 길을 안내하고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보람을 찾는다.

그래서, ‘스승의 날’은 교권존중과 스승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 교원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하여 지정된 날로서, 각급학교 및 교직단체가 주관하여 여러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한 때 정부의 서정쇄신방침에 따라 폐지되었다가, 1982년부터 부활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스승의 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60여개 국가에서 특정한 날을 지정하여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각종행사를 하고 있다. 콜럼비아와 멕시코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해서 기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5월 첫 번 째 화요일을 스승의 날로 기념하고 있으며, 스승의 날이 포함된 한 주를 ‘스승의 주(週)’로 정해서 학부모-교사연합회(Parent-Teacher Association)이 각종 행사를 펼치고 있다고 한다. 태국은 1월 16일, 인도는 9월 5일, 베트남은 11월 20일을 스승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남아메리카의 브라질 ․ 우루과이 ․ 칠레 등에서는 아르헨티나의 교육자인 도밍고 파우스티노 사르미엔토(Domingo Faustino Sarminento)의 서거일(逝去日)인 9월 11일을 스승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대만은 공자(孔子)의 탄신일인 9월 28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고 있다.

또, 중국은 9월 10일을 ‘교사절’로, 폴란드는 10월 14일을 ‘교육의 날’로 정해서 각급학교가 선생님들에 대하여 감사의 행사를 한다고 한다. 이들 두 나라의 교사절이나 교육의 날은 우리나라의 스승의 날과 그 의미가 같다고 할 수 있다.

 

단원고 학생들의 안타까운 스승의 날

 

그런데,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안산의 단원고 학생들이 맞는 스승의 날은 기쁘지가 않다. 차라리 슬프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사랑하는 선생님이 계시지 않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에 스승이 계시지 않으니, 학생들의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단원고는 이 번 세월호 침몰사고로 6명의 교사를 잃었다.

경기도 화성의 어느 납골당에는 세월호(號) 침몰사고로 목숨을 잃은 단원고 김초원 교사에게 보낸 학생들의 애뜻한 편지와 눈물의 카네이션이 필자의 마음을 찡하게 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제주도 가기 전에 그렇게 좋아하시고 우리 반을 좋아했는데. 저 선생님 장례식장 가서 진짜 많이 울었어요. 이제부터는 울지 않으려고요. … 아직도 선생님 얼굴이 생생히 기억나는데, 이제는 볼 수 없다니까 실감이 나지 않네요. … 김초원 선생님! 사랑합니다!”

 

얼마나 솔직하고, 구김살 없는 편지인가.

 

필자도 지난 4월 16일부터 오늘까지 세월호 침몰사고의 뉴스를 지켜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어린 단원고 학생들에게 이렇든 가슴을 아프게 하다니 참으로 안타깝고 안타깝다.

아직도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바다를 향해 “*** 선생님 빨리 학교로 돌아오세요”, “### 아빠 빨리 집으로 돌아오세요”라고 애타게 외치고 있다. 그들의 애절한 외침이 울음이 되어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오늘따라 수백명의 승객을 침몰하는 배 안에 남겨둔 채 먼저 탈출한 선장(船長)과 일부 승무원들이 더욱 원망스럽다. 이들은 직업의식도 책임감도 없었다. 어디 그 뿐인가. 13일 오후, 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장남 유대균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그가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도 안성시 금수원에 찾아갔으나, 신도(信徒)들 수백명이 ‘구조활동 느릿느릿 종교탄압 속전속결’, ‘정부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출입문을 잡근 채 공무를 방해한 탓에 체포에 실패했다고 한다. 기업과 승무원들의 무책임이 선생님과 사랑하는 제자들을 갈라놓았으니 말이다.

 

김초원 선생님! 천상(天上)에서 사랑하는 어린 학생들을 굽어살피시고, 부디 평안을 누리시옵소서!

권용우
권용우

 lawkwo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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