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세대’의 희망가
‘세월호 세대’의 희망가
  • 김동민(커뮤니케이션) 강사
  • 승인 2014.06.03 21:54
  • 호수 13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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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만 침몰한 게 아니라 대한민국도 함께 침몰했다. 아니, 대한민국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침몰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도 침몰했던 것이다. 대한민국이 정상적으로 항해하고 있었다면 세월호는 침몰하지 않았고, 학생들이 무고하게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의 침몰은 대한민국의 침몰을 확인해주었다.

 왜 그런가 보자. 대한민국은 일제치하 3·1운동 이후 상해에서 출범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하여 1948년 8월 15일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를 모태로 한다. 그런데 그 정부는 독립운동을 하며 나라를 지킨 애국자들을 따돌리고 친일파들로 채워졌다. 이승만을 위시한 친일파들은 정부를 비롯하여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언론, 종교 등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기득권을 형성하며 50년 동안 이 나라를 지배해왔다.

 정확하게 반세기가 지난 1998년 출범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대한민국을 정상국가로 개조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 중 하나가 참여정부의 재난구조 매뉴얼의 작성이었다. 참여정부는 참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재난도 국가안보의 범주에 포함시켜 청와대가 콘트롤 타워가 되어 국가위기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소신으로 기본 메뉴얼 33권, 실무메뉴얼 276권, 행동지침 매뉴얼 2400권 등 2천 800권에 달하는 위기 관리 매뉴얼을 만들었다.

 그러나, 잃어버린 10년을 노래하며 집권한 이명박 정권은 국가위관리를 총괄하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를 폐지하면서 매뉴얼은 사문화되고 말았다. 참여정부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는 자연재난까지 NSC가 담당토록 한 참여정부에 대해 신랄한 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여기서부터 세월호의 참사는 예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 완화 명목으로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내 여객선의 선령을 30년으로 연장해주었다. 해운조합이 선령제한 완화를 요구하자 해수부는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여객선 사용 연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려준 것이다. 이 조치가 없었다면 18년 된 세월호는 수입되지 않았을 것이고, 이번 참사도 없었을 것이다.

 2009년 선령제한이 완화된 이후 국내 연안을 오가는 20년 이상 노후 연안 여객선은 2013년 67척(전체 선박의 30.9%)으로 10년 전인 2003년의 6척(3.8%)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안심하고 배를 타고 다닐 수 있겠는가? 게다가 정부관료와 기업의 유착구조 역시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기업의 품에 안긴 관료출신들이 규제 완화의 로비스트로 활약하는 것이다.

 검찰은 사고가 났을 때 해경이 도착한 즉시 배에 들어갔다면 모두를 구조하는 것도 가능했을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결론은, 정부가 앞길이 구만리같은 어린 생명들을 집단학살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로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과 부실 및 부정부패, 보도기관의 무책임, 교육의 상실 등 총체적인 난국상황을 확인하였다.

 유일한 희망은 국민들이 각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고 나라를 개조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어른들은 희망이 없다. ‘세월호 세대’가 멀지 않은 훗날 새 나라의 기둥이 될 것이다. 대학생들도 이 세대에 합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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