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처를 잃어버린 사람들
안식처를 잃어버린 사람들
  • 유성훈
  • 승인 2014.11.11 13:15
  • 호수 13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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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로 바뀌어버린 주거지

바야흐로 낙엽이 물이 드는 계절이 돌아왔다. 이맘 때 쯤 이면 낙엽이 물드는 것처럼 하나 둘씩 나온 나들이객으로 관광지 길거리가 물든다. 무더운 여름 부진한 매출로 한숨 쉰 자영업자들에게는 이 소식이 단비 같을 것이다. 하지만 환희에 찬 사람들이 있는 반면, 관광지가 된 곳에 거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계절은 시달림의 계절이다.

우리의 관광지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점점 우리와 더 가까워지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 서촌 한옥마을 감천 문화마을 등, 기존에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던 공간이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국가사업으로 인해 지역경제가 나아지고 발전하는 마을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통영 ‘동피랑마을’은 주민들이 앞 다투어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2006년 철거가 예정된 곳 이었지만, 낡은 담벼락에 벽화를 그린 후 관광객이 많아져 다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에 이곳들은 내·외국인들의 데이트 필수코스와 유명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면 집값이 폭락하고 주민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범죄에 노출돼 있는 경우도 있다. 북촌한옥마을에 가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는데, △사진 찍는 사람 △관광을 하며 남의 주거지에 들어가는 사람 △술 마시는 사람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사람 등 멀리서 보기엔 행복해 보이는 풍경이 가까이에선 주민들에게 지울 수 없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남기기도 한다. 주민들은 밤낮없는 소음으로 고통 받고, 술 취한 사람들이 배회하는 길을 지나야 하며,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카메라에 노출돼 있다. 이와 같이 관광지 인근 주거지 모습에서 불편한 진실이 발견되고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현재 북촌과 여러 마을에서는 독특한 캠페인들이 출범하고 있다. ‘침묵 관광’이라는 이 사업은 연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에 피해를 줄이고자 지역단체들이 만든 하나의 문화이다. 북촌에는 실제로 ‘북촌 행복여행지킴이’라는 활동으로 지역 거주민들이 밀집지역에서 기본 에티켓 피켓을 들고 광고를 하며, 지역사회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물론 관광객이 많이 찾고 지역이 활기를 찾으며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되고 있는 것은 사회의 각도에서 바라보면 박수칠 일이다. 하지만 주거지가 관광지화 된다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다. 소음문제, 위생문제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인 사생활침해문제 등. 공공의 유흥을 위해 개인이 희생되어야하는 사회구조로서, 유동인구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들로 관광지들은 몸살을 앓고 청소는 고스란히 해당지역 주민인 주거인의 몫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방관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방책을 생각해 서로 이해하며 즐길 수 있는 시민과, 발전해 나아가는 지역사회가 되기 위해 성숙해져야 할 때이다.

유성훈 기자 3214290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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