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졸속입법을 개탄한다

권용우l승인2015.03.13l0호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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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졸속입법을 개탄한다




권용우
(명예교수 · 법학)





2015년 3월 3일. 이 날은 국회(國會)에서 참으로 황당한 일이 벌어진 날이었다. 이른바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날이다.

그런데, 이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이틀만에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 심판대에 올랐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지난 5일 헌재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違憲)을 제청하였다. 대한변협은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하면서 “김영란법은 5000년 역사 속에서 계속돼 온 고질적 병폐 · 부패를 끊는 의미 있는 법이지만 위헌요소가 있고 정당성의 문제도 있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조선일보 2015. 3. 6).

졸속처리한 國會 한심해


이 법은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2011년 6월 국무회의(國務會議)에 이 법률안의 초안(草案)을 보고한 지 3년 9개월이 지난 2015년 3월 3일에 재석의원 247명 중 찬성 228명, 반대 4명, 기권 15명으로 통과되었다.
이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그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의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의 적폐(積弊)를 일소하기 위해서 제안된 것이어서 필자는 이 법의 초안이 제안될 때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학원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입시부정(入試不正),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함바집’ 뇌물사건, 스폰서 검사(檢事), 43명이 구속기소된 원전비리(原電非理), 대기업(大企業) 대표들의 탈세(脫稅), 공무원들의 세금(稅金) 도둑, 장학사(獎學士) 선발시험문제 유출사건, 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의 군사기밀(軍事機密) 유출사건, 예비역(豫備役)들의 군수품(軍需品) 납품비리,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도 연루된 해군 방위사업비리(防衛事業非理)를 지켜보면서 ‘김영란법’의 제안이 참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법의 입법을 마음 속으로 환영하였다.

그런데,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는가. 여야(與野)는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매몰되어 이 법안을 책상서랍에 묵혀오다가 여론에 쫓겨 제대로 검토도 없이 졸속으로 처리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한다. 국회 상임위원회의 법안 심사를 담당하는 법안심사소위원회, 법안체계를 최종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입법조사처의 의견이 모아졌을 터인데도 위헌소지(違憲素地)를 안고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더욱이, 한심한 것은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위헌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 ‘일단 통과시키고 보자’는 식으로 졸속처리한 것이다. 누가 이들 국회의원을 두고 국민의 대표라고 하겠는가.
그리고,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그 다음 날부터 국회의원 자신들이 개정논의를 꺼내들었다는 사실이다. 새누리당 A 의원은 “더 충분히 논의했어야”라는 말로 ‘김영란법’ 통과를 자책했다. 그는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영란법’이 통과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심이 찔린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 왜 위헌소지가 있는 법을 만들었을까? 그는 “처음부터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청렴사회 건설이 우선이란 생각에 무리해서 통과시킨 것”이라며, “시간을 갖고 충분히 토론해 통과시켰어야 했는데, 그러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회가 법 자체에 위헌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 여론에 밀려 이를 통과시킨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새정치연합 B 의원도 “이 법은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종훈 의원은 “공직사회의 부패를 막자는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이번 법안은 정단한 공적 활동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측면이 강하고 국민들의 기본권까지 훼손할 여지가 있다”며 반대표를 던진 이유를 토로했다(문화일보 2015. 3. 4).


違憲素地 없애고 다시 태어나야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문제로 지적된 것은 이 법의 적용대상에 언론사의 대표 및 임직원과 사립학교 교원이 포함된 점,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 공직자가 금품을 수수한 때에 그 배우자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한 점 등이다.
대한변협은 심판청구에서 “제2조에서 금융 · 의료 · 법률 등 공공적 성격이 강한 다른 민간영역은 포함하지 않으면서 언론만 규제대상에 포함한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조선일보 2015. 3. 6). 또, 제5조의 부정청탁의 개념이 불명확한 것은 ‘형벌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며, 제9조 · 제22조 · 제23조가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때 그 배우자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한 것은 양심의 자유 및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하였다.
또, 한국신문협회도 김영란법이 그 적용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된데 대하여 “언론의 권력감시기능을 고려할 때 민주주의를 유지 확대하기 위해서는 언론에 높은 수준의 자유와 자율을 보장해야 한다”며, “언론에 대한 권력의 임의적 개입 여지를 열어두는 것은 위험하고, 권력이 이를 도구삼아 비판기사를 쓴 언론인을 표적수사하는 등 악용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조선일보 2015. 3. 7).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위헌심판청구를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 김영란법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적용대상을 원안보다 확대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법은 국민의 여론에 쫓기면서 졸속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말았다. 입법(立法)의 의미가 몰각되고 만 것이다.
이 법은 공표한 날로부터 1년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그 기간에 보완할 것은 보완하고, 수정할 것은 수정해서 2011년 6월에 ‘김영란법’이 처음 논의될 때의 의도대로 참모습을 갖춘 법률이 탄생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면서, 이 글을 맺는다.

권용우  lawkwo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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