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미래의 성장통 1. 공공연구의 필요성
분쟁:미래의 성장통 1. 공공연구의 필요성
  • 분쟁연구센터
  • 승인 2015.04.01 14:04
  • 호수 1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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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 발전의 밑거름, 분쟁

1950년대 말 영국의 런던타임즈 기자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한다는 것은 쓰레기장에서 장미가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혹평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세계 어느 국가보다 짧은 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룩함으로써 민주주의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초고속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군부권위주의 정부의 억압통치와 재벌중심의 경제발전 및 국민들의 희생이 뒤따랐다. 이 시기 한국사회를 상징하는 단어는 ‘빨리빨리’, ‘잘살아보세’였으며, 국민들의 인권과 평등은 경제성장 제일주의에 매몰되었다. 그 당시 한국은 달려가야 할 길이 멀었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으며 개발도상국을 벗어나 선진국으로 우뚝 서야만 한다는 열망으로 가득 찼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었으며 국민들도 이를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였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민주주의를 촉진했다. 그리고 빠른 기간에 달성한 민주주의는 세계사에 유래를 찾기 힘든 기적적인 일이었다. 경제발전을 경험한 국민들은 고속성장의 시대를 달려오느라 많은 것을 잃고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으며 인권, 환경 등 ‘새로운 가치’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또한 국민들은 ‘빨리빨리’의 부작용을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게 됐다.

국민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으며 정부와 기업에 대해 할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물론 정부나 기업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알지 못했다. 정부와 기업은 여전히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으며 국민들은 떼를 쓰면 된다는 ‘떼법 만능주의’에 빠지게 됐다. 이와 같은 힘과 힘의 대립은 공공분쟁을 분출하도록 하였다.

특히 군부권위주의 정부에서 억압됐던 각종 사회문제가 1987년 민주화 이후 환경, 이념, 노사, 지역, 계층분쟁 등 다양한 형태로 분출하기 시작했다. 2013년 현재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사회갈등이 심한 ‘분쟁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으며, 분쟁은 사회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보다 국가발전과 사회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됐다.

이에 따라 각종 공공분쟁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연구하고 합리적인 분쟁해결 문화를 정착시키며 분쟁해결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국가적인 과제로 부상했다.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국에는 각종 분쟁을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대학교 연구소는 물론 일반 연구기관이 부재한 형편이었다.

우리 대학 분쟁해결연구센터는 이러한 사회적, 학문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2001년 한국 최초의 분쟁 관련 대학부설 연구기관으로 설립됐다. 2005년에는 교육부 한국연구재단의 중점연구소로 선정돼 공공분쟁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융복합적인 연구를 진행했으며, 1990년부터 한국사회에서 발생한 공공분쟁 사례를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09년에는 노동부 ‘신노사관계 협상·조정 전문가과정’에 선정돼 노사관계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을 실시했으며 2010년에는 석사과정에 협상전공을 개설해 갈등관리 및 협상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아울러 합리적 분쟁해결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매월 2회 ‘e-뉴스레터’인 ‘분쟁해결포럼’을 발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에 힘입어 2014년에는 민간기관으로는 최초로 국무조정실 ‘갈등관리 연구기관’으로 선정되어 정부와 공공기관에 갈등영향분석, 조정, 컨설팅, 갈등코칭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분쟁해결연구센터는 ‘갈등과 분쟁에 관한 국민인식’과 ‘관용과 신뢰에 관한 시민의식’을 설문조사를 통해 매년 조사하고 있다. 다년간의 조사 결과 한국인들은 아직 갈등과 분쟁이 사회발전에 부정적 기능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높게 나타났으며, 타인과 싫어하는 집단에 대한 관용과 신뢰가 매우 낮게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결과들이 공공분쟁의 발생에는 증폭요인으로 공공분쟁의 해결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의견과 견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이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성의 존중이야말로 사회발전의 가장 좋은 밑거름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 사회에서 공공분쟁이 과다하게 분출하고 많은 공공분쟁이 이념분쟁으로 변질됨으로써 사회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결국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시민의식의 개선이 선행돼야 하는 문제이다.

이에 단대신문과 분쟁해결연구센터는 공동으로 ‘분쟁: 미래의 성장통’을 주제로 기획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한다. 한국사회를 변화시킬 정도로 영향력이 컸던 공공분쟁 사례들을 선별하여, 살펴봄으로써 공공분쟁이 한국사회 발전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위한 교훈을 얻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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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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