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갈등 (3)
밀양 송전탑 갈등 (3)
  • 분쟁해결연구센터
  • 승인 2015.09.01 19:17
  • 호수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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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의 전기: 154kV 변전소 입지선정 사례

 앞서 살펴보았던 밀양 송전탑 갈등과 신중부변전소는 모두 765kV 또는 345kV송전시설로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기 위한 시설이다. 그런 만큼 새롭게 설치되는 송전시설에 대해 주민들은 자신들이 ‘희생’ 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이는 제3자의 입장에서도 이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전력을 공급해주는 154kV 송전시설의 경우는 어떨까? 작은 지역의 문제인 만큼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되지는 않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들과 같이 그 안에서도 입장의 차이와 그로 인한 갈등은 똑같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154kV 변전소 부지로 선정된 A시 B지역의 사례와 그 조정과정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5년 이상 지속된 이 문제에서 B지역이 변전소 부지로 선정된 과정을 돌이켜보면, 최초에 다른 곳에 후보지가 선정 됐다가 이후 B후보지로 변경되면서 또 다른 갈등이 양산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미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역문제에 대한 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었고 위원회는 지역에 관한 별도의 사안에서 백지화라는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변전소 건설 문제에도 강경한 반대입장을 드러냈다. 반면 한전은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A시의 북동부에 위치하는 B지역에 변전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당초 주민들은 대화자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장, 대책위원장과 한전 직원이 만남의 자리를 가지는 등 관계개선의 여지가 보이기 시작했고 이 시점에서 조정팀은 본격적으로 이 문제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최초에 주민들은 조정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지만 조정팀이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점차 신뢰를 얻게 되었고 주민대표와 한전 그리고 조정팀이 참여하는 갈등조정회의를 개최하는데 합의하게 되었다. 약 6개월에 걸친 갈등조정회의 기간 동안 여섯 차례 공식적인 회의와 기타 비공식 접촉이 이루어졌는데, 이 자리를 통해 한전은 주민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부분들을 상당부분 해소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A시의 인구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세대수와 전기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공식적인 자료와 A시의 변전소 현황 및 전력공급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B지역에 변전소가 필요하다는 근거를 제시해 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의구심을 불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 양 측은 갈등조정회의가 시작된 이후 6개월을 앞둔 시점에 최종합의에 성공해  B지역 내에 새로운 변전소를 건설하는데 합의하게 되었다. 주민 측은 당초 한전 측에 대한 감정적 불신이 존재하였음에도 갈등조정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한전 측이 제시한 객관적인 자료들을 수용하고 대안제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또한 이 과정에서 주민과 한전 양측 모두 적절한 시기에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점도 성공의 요인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조정팀 역시 조정기간 내내 중립적 태도를 견지했고 주민들에게 무리하게 협상을 강요하기 보다는 조정을 여러 가지 대안 중 한 가지로 인식하게 하여 주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전기는 우리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인 만큼 이와 같은 갈등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런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고 연구하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정답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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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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