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화의 표현형식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

- 데즈카 오사무(手塚治?)의 『MW』 전경환 기자l승인2015.09.22l1398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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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W』에 등장하는 유우키 미치오의 초월적 악의 모습

과연 데즈카 오사무(手塚治?)의 이름을 제외하고 일본 만화를 논할 수 있을 것인가. 일본 만화의 아버지이자 신으로 추앙받는 데즈카 오사무의 위상은 단순히 일본 만화계에서만은 아니다. 데즈카 오사무가 이렇게 만화계의 한 획을 그었던 것은 그가 현재의 일본만화의 시스템과 형식을 구축하였다는 것 뿐만이 아니라, 초기 아동만화와 소년만화를 선도한 것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 나오는 일본 만화의 다양한 표현방법을 기초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발표했다는 것에 있다. 아직까지도 데즈카 오사무의 방대한 만화 스펙트럼을 따라올 수 있는 작가는 찾기 힘들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일본 만화의 역사에서 극화(劇?)의 등장은 일본만화가 발전하는데 많은 공을 세운다. 자신의 열렬한 팬이자, 후배 만화가 다쓰미 요시히로가(辰巳ヨシヒロ)가 만들어낸 극화가 일으킨 만화계의 센세이션에 데즈카 오사무는 배가 아파 계단에서 떨어졌던 일화는 꽤나 재미있다. 이 재미난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데즈카 오사무는 극화에 자극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곧 그 동안 아동만화와 소년만화에 국한되어있던 자신의 만화 스펙트럼을 늘릴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극화가 융성하면서 <가로 ガロ>라는 극화계보의 잡지가 등장한다. 이 잡지는 애초에 시라토 산페이(白土三平)의 『카무이전 カムイ外? 』이라는 사무라이 극화 작품을 연재하기 창간되었지만 그 이후에 극화계보의 많은 작가들이 실험적이고 작가주의적인 작품들이 연재된다. <가로>에 연재하던 대표적인 작가 중에 앞서 소개했던 쓰게 요시하루와 아베 신이치 같은 작가들이 있다. 이렇게 <가로>는 1960년대부터 일본 만화의 표현방법을 발전시키는데, 데즈카 오사무는 도키와쇼 멤버들과(여기에는 ‘가면라이더’의 원작자 이시노모리 쇼타로, ‘도라에몽’의 후지코 F 후지오 등 일본만화 역사에 이름을 남긴 작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함께 <가로>에 자극을 받아 <COM>이라는 잡지를 내놓게 된다. <COM>은 <가로>에 대항하여 작가주의적인 작품보다는 스토리망가를 지향했지만 서사, 이미지, 연출 등의 요소에 다양한 실험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COM>과 <가로>는 일본만화의 표현형식을 몇 단계는 더 발전시키게 된다.

데즈카 오사무는 그간 아동만화와 소년만화만 그려왔지만 <가로>와 <COM>에서 작품을 발표하던 동시대의 작가들에게 뒤지지 않게 노력을 하고 이내 1950년대 후반에 등장한 극화 이후 발전해나가는 만화의 표현형식을 섬렵하여 아동만화와 소년만화로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성인물도 발표하게 된다. 그 중 대표적인 작품은 단연 『MW』(1976년 발표)를 꼽을 수 있다. 데즈카 오사무의 후기 작품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히는 『MW』는 그간 아동만화와 소년만화에서 묘사하기 힘들었던 인간의 악의 모습을 전면적으로 끄집어낸다.

유우키 미치오와 가라이는 작은 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둘이서 좁은 동굴 안에 들어가 동성애적 행위를 벌이는 사이에, 미군 기지에서 ‘MW’라는 화학병기가 새어나와 섬은 황폐화되고 우연히 살아남게 되지만. 순진무구했던 유우키 미치오는 ‘MW’의 잔향에 뇌가 손상을 입어 악의 화신이 되어버린다. 당시의 충격 때문에 그 후 가라이는 신부가 되고, 유우키는 엘리트 은행원과 연쇄 살인마를 겸하는 악당이 된다. 가라이는 최선을 다해 유우키를 구원하고자 하지만, 유우키는 더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악마적 계획에 착수하게 되고 가라이는 그 계획을 저지하려하지만 어느새 유우키의 계획에 가담하게 된다.


『MW』는 동성애, 살인, 납치, 시체유기, 강간, 수간, 부패한 정치 등 그간 아동만화나 소년만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온갖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하고 있지만, 소재의 선정성에 묶여있는 것이 아니라 데즈카 오사무의 뛰어난 서사 능력과 연출력 등이 빛나는 작품이다. 특히 절대 악으로 등장하는 유우키 미치오라는 캐릭터는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자체를 완전히 주도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작품을 보고 있는 독자들마저 주도하여 작품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절대 악이면서도 동시에 매력적인 유우키 미치오라는 캐릭터는 후에 아름다운 남성상, 매혹적인 악당의 전형이 된다. (‘베르세르크의 그리피스’나 ‘몬스터의 요한 리베르토’ 같은 캐릭터가 그렇다.) 이렇게 압도적으로 초월적인 악인의 모습은 마치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등장하는 한니발 박사가 떠오른다.

데즈카 오사무는 디즈니의 영향을 받아 디즈니 특유의 조형성과 스피디함, 스타시스템 등을 자신의 만화에 도입하며 아동만화 소년만화 붐을 일으켜 초기 일본만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그 후로 일본만화가 발전하면서 등장한 다양한 표현형식마저 섭렵하여 (물론 데즈카 본인 또한 다양한 표현형식의 등장을 주도했던 대표적인 작가 중 한명이다.) ‘우주소년 아톰’과 ‘밀림의 왕자 레오’의 창조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도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방대한 만화 스펙트럼 지니게 되었다. 이런 작가가 만화의 신으로 추앙받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권성주 만화연구소장


전경환 기자  3215403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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