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심리학 ⑮ 가을 타는 남자
당신의 심리학 ⑮ 가을 타는 남자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 승인 2015.10.06 15:25
  • 호수 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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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되니 외롭고 우울한 남자들… “가을 타요”
▲ 출처: http://senior.chosun.com

봄을 여자의 계절,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가을을 탄다’고 말하는 남자들이 적지 않다. 평소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지 않던 남자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주변 사람은 물론이고 본인 스스로도 적잖게 당황한다. 남자는 왜 가을을 타는 것일까? 생물학보다는 심리학에서 이유를 찾아보자.

여러 면에서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르다. 그중 한 가지를 꼽자면 남자는 성취(과제)지향적, 여자는 관계(정서)지향적이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남자는 여자의 투정에 공감을 해주기보다는 시시비비를 따지려 들고, 여자는 남자의 이야기에 공감과 위로를 제공한다. 공감을 바랐던 여자는 남자의 이런 태도에 기분 나빠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조언을 원했던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약하게 본다고 생각해 자리를 피한다.

많은 전문가는 이처럼 성취지향적인 남자의 성향이 가을을 타게 하는 주원인이라고 말한다. 가을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수확의 계절이라는 점에서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그동안 무엇을 성취했는지 따져보게 된다. 당연히 직장과 가정, 대인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모두 완벽할 수 없는 만큼 성취감보다는 좌절감과 공허감, 허무를 느끼는 남성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남자가 가을을 타는 또 다른 이유로 고정관념을 들 수 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고정관념의 영향 때문에, 가을이면 남자들이 평소처럼 느끼는 기분 저하를 더 크게 지각한다. 평소 우울을 잘 느끼지 않던 기운찬 남자들도 가을이 되면 왠지 많은 이들의 기대와 예상처럼 어느 정도는 우울해야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력에 반응한 결과일 수도 있다.

이렇게 자신이나 타인의 생각과 기대, 고정관념을 스스로 충족하려는 경향을 가리켜 ‘자기충족적예언’이라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여자라면 간단한 실험을 해봐도 좋다. 주변 남자에게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래. 그래서 많은 남자들이 우울하다던데 넌 어때?”라고 물어보라. 그 순간 그 남자는 자신의 여러 감정 중에서 우울이라는 감정에 갑자기 집중하게 되면서 “그러고 보니 맞는 말 같아, 나 얼마 전에 우울했거든. 나 가을 타고 있나 봐”라는 대답을 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한 번의 질문에 상대가 반응하지 않는다면 여러 차례 질문을 해보라. 그러면 대부분의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약간의 기분저하라도 느끼게 될 테니 말이다.

남자는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 한국 남자는 ‘죽기 전까지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절대 명제 하에서 감정 표출을 억압해 왔다. 감정 억압은 결코 정신건강에 이롭지 못하다. 적절한 순간, 적절한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이 여러모로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남자들이 가을을 핑계 삼아 평소 느끼지 못했거나 표현하지 못했던 여러 감정을 느껴보고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을을 마음껏 즐겨보자.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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