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왜 실종했는가?

-아즈마 히데오(吾妻ひでお)의 『실종일기』와 『알코올병동』 전경환 기자l승인2015.11.17l1402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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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흔히들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오타쿠'로 보는 시선은 아마도 만화의 넒은 세계 중 일부만 보고 단정 짓는 현상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기에는 모에, 미소녀, 로리콘 등의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현재의 '서브컬처' 문화와 그것에 극도로 심취해버린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국내에서는 '오타쿠'라고 단정지어버린 이 문화의 선구자 아즈마 히데오(吾妻ひでお)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엄청난 내공의 '오타쿠'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들조차.

아즈마 히데오는 단순히 모에와 미소녀, 로리콘의 선구자로만 단정 짓기에는 너무나 큰 스펙트럼을 지닌 만화가였다. 데즈카 오사무와 이시노모리 쇼타로에게 영향을 받은 아즈마 히데오는 모에와 미소녀, 로리콘 이전에 이미 부조리 만화의 개척자였으며, 데즈카 오사무가 이용했던 스타시스템를 채용하기도 했다. 게다가 『아키라 AKIRA』로 유명한  오토모 가츠히로와 더불어 일본 만화의 뉴웨이브를 이끌어낸 대표적인 작가로 평가 받기도 한다. 부조리 만화, SF, 에로, 개그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를 그려낸 스펙트럼은 데즈카 오사무 이후 등장한 작가들 중에서는 단연 돋보였다.

코믹마켓에서 자비로 미소녀 만화를 출판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은 아즈마 히데오는 만화가로서 성공가도를 달린다. 그러나 ‘빅마이너’와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던 성공적인 아즈마 히데오의 만화인생에도 위기가 닥쳐온다. 그에게도 침체기에 온 것이었다. 자신의 삶에 문득 우울함을 느낀 그는 1989년에 실종하여 노숙자 생활을 경험하게 되고, 1992년 다시 한 번 노숙생활을 하다 가스배관공으로 일하게 된다. 1997년에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에 걸려 아내에게 이끌려 병동에 입원하게 된다. 아즈마 히데오는 본인의 침체기에 했던 우울하고 힘들었던 경험을 『실종일기』로 그려낸다. 허구의 주인공이 아닌 본인의 캐릭터가 직접 등장하여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경험담을 고백했던『실종일기』는 2005년 데즈카 오사무 대상을 받으며 천재의 귀환을 알린다. 그리고 최근에 출간한 『알코올병동』은 『실종일기』의 후속판 격의 작품으로 아즈마 히데오 본인이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에 걸려 3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실종일기』나 『알코올병동』에서 보여주는 그의 일화는 굉장히 끔찍하고 암울한 것이지만 아즈마 히데오는 그것을 아주 재미있고 밝게 풀어내고 있다. 자신의 실종시절에 만났던 다양한 인물들과 병동에 입원한 자신과 다른 다양한 환자들의 드라마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들의 온갖 인생을 동등하게 그려낸다. 실제로 끔찍하고 암울한 인생이라도 아즈마 히데오의 손을 거치면서 유쾌한 개그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아즈마 히데오가 진짜 유머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종일기』나 에서 묘한 감동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것은 삶에 지쳐 실종을 하고, 알코올 의존증에 걸린 아즈마 히데오의 모습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히 그의 실종담이나 병동에 끌려서 3개월관 입원 치료를 받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체험하기 힘는 것이지만 아즈마 히데오는 괴리감 없이 아주 가깝고 생생하게 전달한다. 물론 그의 유머를 농밀히 담아서.

작품의 내용과 별개로 『알코올병동』 실려있던 아즈마 히데오와 도리 미키의 권말대담에서 인상 깊은 부분을 발췌해본다.

아즈마 : 제가 그리는 만화에 자신을 등장시키는 일이 많은데, 그건 제게 큰 위안이 됩니다.

도리 : 맨 처음부터 선생님 캐릭터가 나오고 했지요. '아 씨'라고 하는.

아즈마 : 데뷔하기 전부터 계속 그 캐릭터를 그렸지요. 또 하나의 현실을 그리는 것 같은... 이런 만화 같은 세계에 가고 싶다. 현실은 괴롭지만 만화에 의해 구원을 받았다. 누구든 어떤 괴로움은 안고 있다고 생각하지만요.

도리 : 그야 물론 그렇지요.

아즈마 : 그러니까 알코올 의존증을 싸잡아서 탓하지 못하는 부분이 아무래도 있지요. 제안에.

권성주 만화연구소장


전경환 기자  3215403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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