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 기계적 암기가 문제? 성향의 암기가 문제!

전경환 기자l승인2016.04.05l수정2016.04.05 19:22l1408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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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특성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최근 대학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노트북으로 교수님의 수업을 필기하고 있는 풍경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노트북으로 하는 필기가 손으로 하는 필기보다 더 빠르고 교수님의 수업 내용을 더 많이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이를 선호한다. 타자 속도가 빠른 학생들은 교수님이 하는 말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모두 적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녹음과 다름없는 필기를 보유한 학생들은 시험기간이 되면 수업내용을 정리하여 기계처럼 외우고, 시험장에서 그것을 답안지에 빼곡하게 적은 후 뿌듯한 마음으로 강의실에서 나온다. 이런 학생들은 대부분 좋은 학점을 받게 된다. 창의성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지금 같은 시대에 이러한 시험방식, 채점방식이 과연 옳은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이 는 남의 것을 모방함으로써 창의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또 기계적 암기의 방법론이 대학시험의 방법으로 타당하다는 근거가 된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주최하는 세계 수학 경시대회에서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매년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이유로 ‘암기식’교육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 어떤 학문에서라도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기본적 개념과 지식에 대한 ‘기계적 암기’가 돼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해당 학문에서 공통적으로 쓰는 용어들을 ‘Lingua Franca’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암기와 이해가 없다면 그 학문을 공부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솔직한 말로 학부생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학문의 초입단계에서 교수님이 제시하는 기본적인 이론과 배경지식들을 전부 외우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렇기에 대학 시험의 진짜 문제를 보기 위해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해당 학문의 Lingua Franca를 달달 외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교수님의 성향을 외워서 답안지에 적고 나온다는데 있다. 아무리 타당하고 논리정연하며 창의적이고 핵심을 찌르는 답안을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그 글이 교수님의 성향과 반대된다면 좋은 점수를 받기는 사실상 힘들다. 교수님의 성향과 반대되는 글을 쓰게 되면 ‘소신있는 C학점’을 받게 될 뿐이다. 취업과 장학금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소신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지가 의문이다.


이미 어느 정도 학문적인 성취를 이룬 전문가가 이제 막 첫걸음을 디딘 초보자의 다양한 생각을 자신의 견해대로 재단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 보기 힘들다. 비록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일지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평가해 주는 것이 바람직한 ‘교수님’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다양한 견해도 수용되는 시험 문화의 정착이 창의적 인재를 만드는 시작점이 아닐까.

 

송재명  (정치외교·4)
 


전경환 기자  3215403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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