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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소(북일고) 김수민·전경환 기자l승인2016.05.03l수정2016.05.03 12:10l1409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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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세상에 어느 정치인이 표도 주지 않는 사람을 위해 발로 뜁니까? 다들 말은 번지르르하게 해댑니다. 여러분들도 귀가 닳도록 들었죠. 청년 일자리 해소, 청년 일자리 몇 십 만개 창출. 그러나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중략…) 투표하십시오, 여러분! 청년실업자들의 분노와 설움을 표, 오로지 표로써 나 같은 정치인에게 똑똑히 보여주십시오” 지난 2011년에 방영된 드라마 <프레지던트>에서 대선 후보로 나선 배우 최수종이 투표하지 않는 20대에게 일침을 가하며 뱉은 대사다. 드라마의 연출된 상황이지만 현실을 적나라하게 꼬집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20대 청년 투표율은 41.5%로 연령별 평균 투표율 50.6%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청년 투표율은 28.1%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지난달 13일 진행된 제20대 총선에선 얼마나 많은 청년이 투표했을까.


지상파 3사(KBS·SBS·MBC)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 전체 투표율은 지난 총선보다 4%가량 올라 58%로 상승했고, 20·30대 청년 투표율은 제19대 총선과 비교하면 9.7% 늘어 49.45%로 상승 폭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청년층의 투표율이 높아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50·60대 투표율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60세 이상 투표율은 70.6%, 50대는 65%로 청년층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는 20대 청년 유권자들의 선거와 정치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된 결과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돼 있다.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는 국민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세상을 바꾸기 원한다면 젊은이들부터 나서서 투표해야 한다.


총선이 있던 지난달 13일 이른 새벽, 투표의 의미를 되새기며 천안시 서북구 신안동 제7 투표소인 북일고등학교의 투표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봤다. 


# 비바람을 뚫고 찾아온 첫 유권자
오전 5시 30분, 첫 번째 투표자를 만나기 위해 투표소를 찾는다. 국회의원 선거라는 거사의 폭풍전야일까?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하릴없이 내리는 굵은 장대비는 최근까지 맑았던 날씨를 흔적 없이 지워냈다. 투표소임을 알리는 현수막 아래 얇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앙상하기 짝이 없는 야윈 팔다리를 다 드러낸 한 할아버지다.

▲ 북일고 첫 번째 유권자 권씨

북일고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첫 번째 투표자, 신부동 주민 권대한(70) 씨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날씨, 상황과 관계없이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한 표를 행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어 청년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생각을 묻자 “요즘 청년들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특하고 생각이 깊어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이라 믿는다”고 답한다. 짧은 대화를 마치고 기자의 두 손을 잡은 권 씨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청년들이 보이면 괜히 대견하고 뿌듯하다”며 나지막한 웃음을 보인다. 마주 잡은 두 손이 따뜻한 것인지, 손에서 전해지는 마음이 따뜻한 것인지 헷갈리는 순간이다.

# 대학생들, 투표소를 지키다
투표소 밖에서는 대학생 여섯명이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출구조사를 하는 일일 아르바이트생. ‘출구조사’란 투표 당일에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를 상대로 어느 후보를 선택했는지 묻는 선거 여론조사 방법이다. 유권자 5명당 한 명씩 표본을 따는데, 출구조사원들이 일정 시간마다 입력한 내용을 모아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와 정당을 예측한다.


매번 방송 3사의 출구조사원임을 밝히고 조사를 시도하지만, 비협조적인 사람이 대다수다. 출구조사에 반감을 품은 한 할아버지는 “비밀투표인데 왜 조사를 하는 것이냐”며 호통 친다. 북일고 출구조사원 김현주(23) 씨는 “학교 게시판에 붙어있던 팸플릿을 보고 아르바이트를 신청했다. 일당 11만원인데, 하루 알바로 괜찮다”며 만족감을 드러내다가도 “출구조사를 거절하거나 무시하는 사람이 있을 때면 민망하기도 하다”며 멋쩍게 웃는다.

▲ 출구조사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

투표소 입구 안내대에는 대학생 두 명이 자리하고 있다. 직접 동사무소에 지원해 투표안내자로 참여했다는 A씨는 “데스크에서 투표소 관련한 안내를 하고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돕고 있다. 간단한 업무지만, 연세가 지긋한 분들을 도울 수 있어 보람차다”고 말한다.

# 소중한 한 표는 국민의 권리
오후 1시, 점심시간이 되니 투표소가 한가하다. 아침엔 비가 내려 쌀쌀하더니 오후엔 때이른 더위가 찾아왔다. 햇빛이 가장 쨍쨍할 때 투표소를 찾은 우리 대학 재학생 두 명과 마주한다. 임이랑(동양화·4) 씨는 “투표는 당연히 행사해야 할 권리다. 대학생들이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표에 참여했으면 한다”고 말하며 투표소로 들어간다. 투표를 마치고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이 훈훈하다.

▲ 투표소를 찾은 우리 대학 재학생들

이어 거동이 불편하신 한 할머니가 투표소를 향한다. 투표소로 가는 길까지 이동을 도와드리며 할머니와 몇 마디 나눠 본다. 그녀는 “다리가 불편해 투표소에 오기까지 1시간이 걸렸다. 몸은 불편하지만 나의 한 표가 소중하다고 생각해 투표하러 왔다.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할 후보를 뽑을 것”이라며 숨을 고른다. 대화를 지켜보던 한 할아버지가 “4년간 국민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중요한 날인데 포기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며 유유히 지나간다. 새삼 60대 이상의 투표율이 70%가 넘는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는다.

# 낮은 청년 투표율을 꼬집다
오후 6시, 해가 지고 투표소의 문도 닫힌다. 투표가 끝난 후 서북구 선거관리위원회 이충미 투표관리관과 진행한 간단한 인터뷰. 그는 20대 청년 투표율이 낮은 이유로 △정치인에 대한 불신 △정치에 대한 무관심 △정치 교육의 부족을 꼽는다. “청년들은 투표를 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해 투표 자체를 포기하기도 하고, 정치인의 공약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이며 자신과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정치교육을 시행해 정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씨는 “담당구역인 부성 1동은 투표 대상인구가 3천653명인데, 투표율이 매우 저조한 곳”이라며 그 이유로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하는 원룸촌’이라는 것을 꼽는다. 그는 “청년들이 원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권리를 행사하길 바란다”며 투표를 독려한다.

 

<<<르포보도>>>
청년 국회의원 의석수 폭락, 청년 정책 우려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청년 국회의원 후보로 30명 이상이 출마했다. 하지만 국회에 입성한 청년 당선자는 신보라(새누리당), 김해영(더불어민주당), 김수민(국민의당)으로 총 3명에 불과하며, 김수민 후보는 국민의당 비례대표 7번으로 당선됐다. 이는 청년 의원이 9명이던 제19대 국회와 비교하면 대폭 줄어든 수치다.


청년 당선자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연시영(26) 민중연합당 전 후보는 “중장년층 후보와 청년 후보의 경력 및 활동에 있어 지역에 이바지한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며 “지역에서 단 한 명만 선출하는 현행 선거 제도는 청년에게 불리하다”고 밝혔다.


이어 개선책에 관해서는 “독일식 정당명부비례제를 도입해 비례투표에 더욱 가중치를 두고 새로운 정당의 의원을 선출해야 한다”며 “원내 진입이 어려운 청년 후보들이 힘을 얻어 청년 정책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이건엽(정치외교·2) 씨는 “국가를 이끌어가는 핵심 주최는 청년으로 국회에서는 청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청년 의원을 바라볼 때 기성 의원에 비해 뒤쳐진다는 의식의 변화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성시경(공공관리) 교수 또한 “청년 정치를 살리기 위해서는 주요 정당에서 의도적으로 청년들을 출마시켜야 하며, 공천시스템이 여성 정치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청년입후보자를 위한 시스템 역시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가 내 삶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수민·전경환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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