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가지 않은 길
  • 승인 2016.12.06 14:45
  • 호수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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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정리하고 다시 나아갈 동력을 마련할 시기

평상시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다 어느 날 깊은 감명을 주는 시를 찾는 재미는 시를 읽는 또 다른 재미다. 최근에는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그랬다. 작가는 시를 통해 끊임없는 선택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을 담백하게 하지만 심오하게 전달하고 있다. 특히 시의 마지막 연이 인상 깊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어/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이처럼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이 구절이 인상 깊게 다가왔던 이유는 현재 나의 상황과 심정을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신문사 기자를 지원한 선택은 오늘날 나의 모든 것을 바꿔 놨다. 일을 하고 있다 보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한 막연함과 함께 신문사 기자를 하기로 선택한 때와 마주하게 된다. 회를 거듭할수록 ‘만약 신문사 기자를 택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옳은 길인가’, ‘맞는 길을 택한 것인가’하는 아쉬움과 막연한 의문이 점점 더 강해졌다. 이런 심정에 있던 중 이 시를 접했고, 이러한 회고는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연적으로 거치는 과정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지금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내가 가는 길에 좀 더 집중하게 됐다. 나아가 내가 선택한 길이 모두에게 열려있는 길이지만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길은 아니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자신이 가는 길에 막연함과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필연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필자는 이를 통해 가보지 못한 길을 걷는 것에 대한 기대, 그리고 끝까지 나아가겠다는 다짐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 길이란 나아가기 위한 것임을,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님을 명심하자.


◇ 절반의 신문을 정리하고 절반의 신문을 준비해야 할 때 이 시를 읽게 돼 행운이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길을 다시 돌아보고 또 한 번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해를 정리하면서 ‘만약’이라는 가정에 빠진 사람들에게 이 시를 권장해본다.   

<彬>

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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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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