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가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면
봄 향기가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면
  • 김익재 기자
  • 승인 2017.03.21 18:00
  • 호수 14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울 속 두꺼운 외투가 어색하고 새하얀 구름이 수놓아진 맑은 하늘에 가슴이 울렁이는 하루. 소리소문없이 살포시 다가온 봄을 두 팔 벌려 안아주자. 무거운 추위에서 가벼운 따사로움으로 갈아입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실바람에 홀린 듯 집을 나선다. 화창한 햇빛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요즘, 핑크색이 주는 설렘과 함께 8호선의 봄을 타보자.

여유로움이 막 고개를 드는 주말 오전의 분위기는 조용하다 못해 평화롭다. 고요함의 터널을 지나 8호선의 끝자락 암사역 ‘선사유적지’에 첫발을 내디뎠다. 4번 출구에서 10분 정도 걷다 보면 울창한 나무 사이 한 시대를 간직한 작은 마을이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진 오솔길을 따라가면 개성 넘치는 움집과 그 속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공유할 수 있다. 유적지 안에 위치한 전시관은 출토된 유물을 비롯한 볼거리와 교육 자료가 풍부해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유적 체험을 통해 직접 토기를 만들어 보거나 활을 제작하는 색다른 경험은 덤이다. 5천원부터 7천원 안에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이젠 90년대 추억 속으로 떠나보자. 단대오거리역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조용함이 맴도는 골목 사이 멈춰진 시간을 만날 수 있다. 어릴 적 문방구 앞에서 동전 하나가 주는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대광 컴퓨터 게임장’이다.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8>의 촬영지로도 소개된 이곳은 삐걱거리는 조이스틱과 세월에 헤진 버튼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너구리 게임, 버블버블, 1943 등 추억의 고전오락실 게임을 즐기는 데 필요한 돈은 단돈 100원! 익숙한 게임 배경음과 날쌘 손놀림 속 어느새 캐릭터와 하나가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눈과 손이 즐거웠다면 이제는 입의 허전함을 달래줄 차례! 장날이면 많은 인파가 모이는 모란역의 ‘모란시장’으로 가보자. 모란시장은 매달 숫자 4, 9가 들어가는 날에 5일장이 열린다. 시장의 문턱을 넘자마자 곳곳에 맛있는 냄새와 함께 길게 늘어선 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간단한 핫도그부터 한 끼 식사로도 부족함이 없는 칼국수와 팥죽까지 이 모든 것을 5,000원 한 장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젊었을 때는 많이 먹어야 한다”며 점점 비어가는 그릇을 넉넉한 인심으로 가득 채워주는 사장님의 웃음도 만날 수 있다.
시간은 야속하게도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자신에게 혹독하고 엄격함의 잣대를 들이밀지는 않았나 싶다. 이런 굳은 마음에 봄의 물줄기를 뿌려보자. 어느 순간 편안함이 싹트고 여유로움의 바람이 불어 성숙한 자신을 맺게 될 것이다. 다가오는 주말, 무거운 짐은 내려두고 한가로움으로 가득 찬 나 홀로 여행을 떠나보자.

김익재 기자
김익재 기자

 32131057@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